▲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9일 대전 카이스트를 방문하며 취재진의 위안부 합의 질문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국민 대통합’ 행보 잇따라 도마
‘제3지대 빅텐트’ 논의 흐지부지
국민의당 “우리와 거리가 멀다”
바른정당 내 ‘반 회의론’ 변수
‘낙동강 오리알’ 신세 될 수도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태풍처럼 대선판에 상륙했던 ‘반기문 바람’이 미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 연대’가 삐걱 거리면서다. 제3지대 연대의 주요 축인 국민의당은 그와의 연대에 대해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반 전 총장은 제3지대 연대 대신 바른정당으로의 입당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내 ‘반기문 회의론’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당초 반 전 총장은 귀국 이후 제3지대에서 범보수 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지난 12일 귀국 후 일주일 동안의 ‘국민 대통합’ 행보 과정에서 잇따라 언행이 도마에 오르고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하면서, 운신의 폭도 급격하게 좁아지고 있다. 특히 조직과 자금 문제를 들어 정당 입당 의사를 내비치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으로부터 집중 공세에 휩싸인 형국이다. 

반 전 총장이 기성 정치인과 사실상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제3지대 빅텐트’ 논의도 흐지부지되는 분위기다. 빅텐트론의 주요 축이었던 국민의당이 반 전 총장과의 연대에 거리를 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도 소통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도와 보수 세력을 묶을 고리로 여겨졌던 개헌 이슈도 반 전 총장에게 흡인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그가 개헌 시기와 관련해 대선 전 개헌은 어렵다는 취지로 소극적인 반응을 보인 것과 무관치 않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이날 cpbc 가톨릭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 인터뷰에서 반 전 총장의 언행 논란과 관련해 “지금 이런 상태로 지속된다고 하면 (대선 완주가)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그는 반 전 총장을 ‘준비 안 된 대통령 후보’로 규정하고 “지금까지의 언행을 보더라도 준비가 안 된 대통령 후보로서 우리와 함께하기에는 특히 이념, 정체성 문제에서 완전히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의 선택지는 바른정당 정도로 좁혀지는 모양새다.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 귀국 전부터 영입을 적극 추진해 왔다는 점에서 그에게 문턱이 가장 낮은 정당이다. 바른정당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은 반 전 총장의 입당 문제와 관련해 “들어온다면 환영한다”면서도 “어떤 조건이 있는 입당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도 반 전 총장 측과의 공식적인 입당 협의는 현재까지 없다는 입장이다.

바른정당이 반 전 총장에게 ‘꽃길’이 될지는 미지수다. 반 전 총장의 행보가 연일 논란이 되면서 바른정당 내부에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른정당 내 대권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의원은 19일 반 전 총장에 대해 “국내의 산적한 문제를 개혁하기에는 역부족한 인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이 앞으로 악성 이슈로 계속 구설수에 오를 경우 바른정당 내 비판 여론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특히 당내 기반이 없는 반 전 총장이 ‘입당 조건’을 요구하고 나설 경우 당내 다수가 영입 반대로 돌아설 가능성도 크다.

바른정당과 반 전 총장 측은 현재 비공식 물밑 접촉을 통해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에선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으로도 입당하지 못하고 맴돌 경우 이른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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