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원리와 원칙이 통하는 조직, 사회는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형이다. 그러려면 부정부패, 불법, 그리고 유해한 행위가 없어야 한다. 막상 현실은 그렇지 않다. 조직 안팎으로 병리현상이 늘 상존해 왔다.

현 시점에서 우리는 변화의 중심에 있다. 고질적인 구조적 병리현상의 뿌리를 뽑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 국민주도로 이뤄지는 평화적 시위에서 일면을 볼 수 있다.

아울러 조직의 병리현상을 고발하는 내부고발제도도 한몫을 하고 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2011년 3월 29일부터 발효된 공익신고자보호법이다. 근본 취지가 신고 자료의 신뢰성, 정확성을 기반으로 신고자를 보호하겠다는 점이다. 개인적 문제를 신고하는 행위가 아닌, 공익을 위한 신고 행위이다. 그렇다면 조직의 건전성, 사회 발전을 위한 윤리적 행위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내부고발이 보편화, 정당화돼 조직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정반대 현상이 있어 왔다. 수용 자세에 근본적인 이유가 있었다. 내부 비리의 공개 행위가 마치 조직의 기밀을 누설하고 조직을 와해한다는 차원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부고발은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불이익, 악의적 보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염려하게 됐다. 대표적인 예로는 내부고발 대상 단체로부터 파면을 당하거나 조직 내 왕따 현상, 승진 불이익, 심지어는 민형사상의 법적 불이익을 들 수 있겠다. 이 때문에 포착돼야 할 병리현상이 무시당하고 있는 셈이다. 갑질 횡포 때문에 조직 구성원이 관리, 강압, 통제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 내부고발자가 등장한 시기는 1990년 이후부터다. 주요 고발로는 1990년 민간인 불법 사찰 양심선언, 1992년 군 부재자 투표 부정 고발, 2000년 인천국제공항 부실시공 고발 등이 있다.

국제 사회에서도 조직의 건전성, 투명성을 위한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2006년 호주에서 설립된 위키리크스(WikiLeaks)가 대표적이다. 이는 내부고발을 알려주는 인터넷 사이트로 정부 또는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다. 특이한 점은 정보제공자를 보호하고자 자문변호인단까지 두고 있을 정도다. 위키리크스가 다룬 국내관련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진행된 반환미군기지에 대한 협상이다. 협상 과정에서 환경부는 환경오염 배상 비용을 미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환경오염자가 환경오염 치유 비용을 부담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몇몇 부처에서 미국 측 주장만을 수용하고 이를 무마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러한 작태는 국민과 국익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앞서 강대국의 주장과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려는 자세에 기인한 결과다. 선택만을 강요하는 미국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관료들의 현실이 안타깝다.

내부고발의 국외 사례를 보자. 국제축구연맹(FIFA)의 내부고발자 파에드라 알 마지드는 최근 미국 연방수사국(FBI)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생긴 문제점을 2014년 FIFA측에 다양한 자료를 근거로 알렸기 때문이다. 그는 카타르월드컵유치위원회에서 직원으로 근무한 바 있다.

이렇듯 내부고발의 취지가 공동체를 보호하는 데 있으므로 건전한 행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여태껏 진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내부고발자의 입장보다는 힘에 의한 의견 수용이나 결정이 많았다. 이래선 안된다. 현실성 있는 강력한 공익신고자보호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내부고발 신고는 상위 부처에 직접 알리는 경우가 점점 증가할 뿐더러, 양상도 대외 폭로의 형태로 진행돼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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