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식 트럼프노믹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증폭
통상마찰 주변국과 갈등… 통상압박 전선 전방위 확대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는 당선인 꼬리표를 떼고 세계 최강국의 수반에 오르며 본격적인 ‘트럼프’ 시대의 개막을 알린다.

공직 경험이 없는 첫 ‘아웃사이더’ 출신으로 백악관을 접수했지만, 그의 종잡을 수 없는 경제 정책 방향은 취임 직전까지 논란과 우려를 낳고 있다. 트럼프가 보여준 그동안의 행보는 불확실성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예측 불가능한 그의 행보는 ‘140자 트위터’로 요약돼 지구촌을 연일 흔드는 파괴력을 선보였고, 세계 경제는 전인미답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美, 트럼프 취임 전 경제정책 우려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방향 앞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불확실성’이다.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것도 바로 불확실성이다.

미국 경제를 총괄하는 한 축인 연방준비제도위원회 통화정책 위원들도 트럼프의 정책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 증가를 매우 우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연준이 공개한 지난해 12월 FOMC 정례회의록에서 위원들은 “재정정책 등 앞으로 이뤄질 정책이 총수요와 총공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성이 있다. 정책의 시행 시점, 규모, 구성에서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취임식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그의 경제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대선 이후부터 시작된 트럼프 랠리가 과열됐다는 논란이 본격화하고 있다. 1조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계획과 규제 완화, 법인에 대한 대대적인 감세 등 트럼프가 야심 차게 내놓은 정책이 성장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로 주식시장에선 ‘트럼프 랠리’가 한동안 지속됐다.

하지만 트럼프가 내세운 경제정책이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감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국채수익률과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5일 “10년 만기 미국 재무부 채권의 실질수익률이 지난해 12월 16일 0.74%에서 최근 0.38%까지 떨어졌다”며 “미국 재무부 채권의 실질수익률 하락은 투자자들이 트럼프의 경제정책을 재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채금리가 급등했던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가 내놓은 장밋빛 경제전망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빠지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 이후 ‘트럼프 랠리’가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좌충우돌식의 럭비공처럼 튀는 트럼프의 스타일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대선 기간 월가의 탐욕을 날이 서도록 비판했지만 정작 내각 경제팀 요직은 친월가 인물로 전진 배치하는가 하면 당선 이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기자들과 이전투구식 다툼만을 벌여 증시가 힘을 잃고 혼조세를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의 위협에 눌린 기업들은 눈치를 보며 고용창출 확대를 약속했지만, 기업 경영 개입이라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보호무역주의 갈등 최고조

주요 교역 대상국들과의 통상갈등은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성을 가장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전통 제조업의 부활과 일자리 복원을 위해 트럼프는 세계무역기구(WTO) 탈퇴 카드까지 꺼내 들며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대중 강경파로 꼽히는 로버트 라이시저 전 USTR 부대표를 지명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 통상 분야 진용은 이미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뚜렷한 인사들로 짜졌다.

중국과 멕시코는 통상보복의 중요 타깃이다. 대규모 무역적자의 원흉으로 중국을 노골적으로 지목했고, 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해 높은 국경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대선 기간 트럼프는 중국산 수입제품에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선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실제로 이런 공약이 실현될 경우 세계 시장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자의 ‘통상압박’ 전선은 중국, 멕시코에 이어 유럽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독일 빌트 및 영국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독일 자동차 기업이 멕시코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에 판매려면 35%의 국경세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미국 영토에 자동차 공장을 짓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라고 협박성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엄포에 불똥이 튄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마지못해 대미 투자 계획을 잇달아 내놓았다.

트럼프의 입에 오른 각국은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겠다고 나서는 등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마찰음은 한층 거칠어지고 있다.

일데폰소 과하르도 멕시코 경제장관은 현지 TV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멕시코 생산제품에 35% 국경세를 메긴다면 멕시코도 즉각 대응하겠다”며 “트럼프의 국경세 방안은 세계에 불황 등 각종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5일 “상무부 문 주변에는 꽃들이 피어 있지만 그 문 안에는 커다란 몽둥이도 있다. 두 가지 모두 미국을 기다리고 있다”며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 정면 대결할 것을 예고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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