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무용단의 ‘향연’ 신태평무. (제공: 국립극장)

국립극장, 내달 8~11일 4일간
정구호 연출, 세련된 감각 선보여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간결함과 절제함으로 한국 춤의 정수를 보여주는 ‘향연(饗宴)’의 막이 오른다.

전통춤의 대가 조흥동이 안무하고 다양한 문화․예술 방면에서 창작자로 활동하는 정구호가 연출을 맡은 ‘향연’은 한국 전통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한데 모아 세련된 감각을 입힌 작품이다.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 전속단체인 국립무용단(예술감독 김상덕)은 오는 2월 8일부터 11일까지 4일간 대표 레퍼토리 ‘향연(饗宴)’을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2015년 12월 초연 당시 전회 매진된 데 이어 지난해 4월 재공연에서는 개막 전 매진으로 인해 한 회를 추가했다. 뮤지컬·클래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팬층이 적은 한국 전통무용 장르에서는 이례적인 현상으로 평단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전통 춤사위의 원형을 지키면서도 현대적 감각에 맞춰 춤 구성을 새롭게 하고 무대․의상 등에 세련미를 불어넣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향연’은 20·30 젊은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 4월 재공연 시 젊은 관객층 비중이 61%로, 장르 간 경계를 넘은 팬층 확보했다.

‘향연’에서 궁중무용·종교무용·민속무용은 봄·여름·가을·겨울 등 사계절 속에 새 옷을 입고 새롭게 태어난다. 1막(봄)은 연회의 시작을 알리는 궁중무용, 2막(여름)은 기원의식을 바탕으로 한 종교무용, 3막(가을)은 다양한 민속무용으로 구성된다. 마지막 4막(겨울)에는 ‘신태평무’를 배치함으로써 태평성대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기존 한국무용 작품에서는 여성 무용수의 춤이 중심을 이뤘다면 ‘향연’에서는 ‘선비춤’ ‘소고춤’ 등 기존 남성 춤은 물론 ‘바라춤’ ‘태평무’ 등에서도 남성과 여성의 춤을 동등하게 배치해 에너지와 역동성을 높였다.

간결하면서도 화려한 디자인에 강점을 지닌 정구호는 필요치 않은 것을 과감히 생략, 간결하게 비워낸 무대로 한국 춤의 진수를 돋보이게 한다.

정구호는 “모더니즘은 비우고 지우고 정리하고 재정립하는 것”이라며 자신만의 신선한 감각을 입혀 동시대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전통예술 공연을 탄생시켰다. 그는 이 작품에서 춤 이외의 모든 요소를 최대한 덜어냈다. 전통춤 무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방색을 무대·의상·소품·영상 등에 각기 하나의 색만 배치해 무대 전체를 하나의 오방색으로 완성한 ‘신태평무’는 ‘향연’의 대표적인 이미지다.

24명 무용수가 ‘오고무’를 추는 동안 360도 회전하는 무대에서는 춤과 색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음악 또한 악기편성을 최소화하고 간결하게 완성해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종묘제례의 범절과 의미를 담은 경건한 움직임부터 재간을 한껏 부린 신명 나는 디딤새를 선보이는 조흥동의 안무, 장식적인 화려함을 덜어내 단순함으로 채우고 이것을 화려한 장관으로 증폭시키는 정구호의 연출이 만나 절정의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안무가 조흥동은 “우리 춤 원류에서 뿜어 나오는 몸짓과 디딤새, 신명을 풀어내는 춤사위로 이 시대 관객과 호흡을 같이할 것”이라 밝혔다.

국립무용단은 공연에 앞서 관객 참여 프로그램인 ‘오픈 클래스’를 오는 20일 오후 8시 국립극장 뜰아래 연습장 내 국립무용단 연습실에서 개최한다. 주요 무용수들의 지도로 ‘향연’의 주요 장면을 직접 배워보고 작품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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