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열 경기도의회 의장 (제공: 경기도의회)

“법정기한 내 예산편성”
“연정 주체 3당 체제 확립”
국가시스템 개혁 필요성 강조
2기 연정 목표 ‘도민행복 극대화’

[천지일보 경기=강은주 기자] “도민을 위한 ‘경기 행복시대’를 열기 위해 따뜻하고 희망찬, 멋진 의회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정기열 경기도의회 의장은 “전국 최대 규모의 광역지방정부로서 지금까지 지방자치의 역사를 선도해 온 경기도의회가 자치의 확대와 분권 확립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최근 본지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지방자치를 넘어 지방정부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5대 과제로 자치와 분권, 연정, 경제민주화, 문화, 평화를 제시했다. 정 의장의 새해 도정운영 방향과 포부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다음은 정기열 의장과의 일문일답.

-경기도의회 의장으로 취임한 지 6개월 정도 됐다. 소회와 아쉬운 점은.

지난 한해를 돌아볼 때, 가장 잘했던 점이라고 하면 2017년도 예산안을 5년 만에 법정기한 내에 편성한 것을 첫 번째로 꼽고 싶다. 제가 취임하면서 ‘기본원칙과 상식에 맞게 의회를 운영하겠다’고 했다. 각종 회의시간과 법정 기한을 정확히 지키는 의회를 만든다고 강조했던 게 결과로 나타나 뿌듯함을 느낀다. 도의회와 집행부 간 지속적인 협의와 소통이 빛을 발휘했다고 생각한다. 연정의 효과라고 다들 말하지만 지난해에도 연정했다. 서로 양보하지 않아 준예산 사태까지 발생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정치적 논쟁은 도민에게 피해를 준다. 집행부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양보해 협상하면서 밤낮없이 주말도 반납하고 예산심의에 수고한 128명의 의원의 노고가 있어 제시간에 예산을 편성했다.

앞서 누리과정 예산을 포함한 2017년 예산안을 법정기한 내에 편성한 것을 가장 잘한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누리과정 문제가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정부는 3년 한시 ‘유아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설치하고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2조 700억원의 42%에 불과한 8600억원을 편성했다. 나머지 예산 지원을 두고 교육청과 정부 사이에 갈등의 불씨가 아직 남았다. 경기도교육청도 누리과정 소요액의 3개월분인 2500억원을 내년도 본예산에 편성했다. 내년도 누리과정 지원에 필요한 7500억원에 대한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 내년에는 교육청의 인건비와 사업비를 축소 편성해 심각한 예산 부족을 겪고 있다.

결국 학교 환경개선사업 등 학교운영비로 쓰여야 할 예산이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쓰이게 된 것으로 그 피해는 도내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재원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기도의회도 전국시도의회와 연대해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추경예산 편성 등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

-경기연정에 대한 성과와 과제는.

2014년부터 시작된 경기도 연정은 우리 사회의 뜨거운 관심사다. 중앙정부도 못하는 것을 지방정부가 시도했기 때문이다. 싸우지 않고 소통하는 상생과 통합의 정치로 도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경기도정을 구현하고자 시작됐다. 제1기 연정은 2015년 메르스 사태를 민·관 의료네트워크를 구축해 슬기롭게 대처했고 전국 최초로 생활임금조례가 시행되는 등 도민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누리과정 갈등으로 인한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는 연정의 정신과 맞지 않았다. 그 원인이 책임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연정의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잘못돼도 누구 하나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지난해 9월 9일 ‘제2기 민생 연합정치 합의문’이 체결됐다. 2기 연정은 출발부터 확연히 다르다. ‘사회통합부지사’를 ‘연정부지사’로 명칭을 바꾸고 권한을 경기도정 전체로 확대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연정의 출발이 권한을 나누기 위한 것이 아니었고 서로 다른 당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도정에 반영해 도민의 삶이 더 나아지도록 하자는 취지였기 때문이다.

또한 연정의 주체도 명확해졌다.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 남경필 지사가 함께하는 연정이다. ‘민생연합정치 합의문’의 79개 항목 288개 세부사업을 보면 연정의 본래 취지에 맞게 ‘민생’에 방점을 두고 있다. 오직 ‘도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라는 목표 아래 서로 소통하고 협의하고 합의된 민생연정 하나하나가 앞으로 도민의 삶터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기대된다. 어떤 연정이 돼야 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 성과 여부도 확실하게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새누리당 탈당과 바른정당 창당, 새누리당 분당 등에 대한 연정 관련 입장과 전망은.

남경필 지사의 탈당은 경기연정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2기 연정은 제1기 연정과 달리 주체가 여야가 아닌 ‘남경필 지사-더불어민주당-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도 협의체의 일원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분당, 신당 창당 등으로 조금 복잡해졌다. 남경필 지사가 신당(바른정당)에 입당해 더욱 복잡해졌다. 그러나 제2기 연정의 최종목표는 연정합의문(민생연정 조례) 제1조에도 명시했듯 ‘도민행복 극대화’다. 연정은 오직 ‘민생’을 최우선 가치로 해 경기도가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남경필 지사의 개인적인 정치 행보는 존중하지만, 전국 최대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라는 배를 모는 선장으로서 도정에 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경기도호가 1300만 도민의 행복을 위해서 잘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도지사의 첫 번째 역할이 아닐까 싶다. 의장도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책임을 묻고 연정이 원만하게 이뤄지도록 적극 노력하겠다. 또한 집행부에 대한 견제·감시라는 도의회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민생 연정조례 제3장(연정중재위원회)에 따른 도의회 파행 시 의장 산하에 ‘연정중재위원회’를 구성해 중재 역할을 명시하고 있다. 위원은 8명(의장<위원장>), 부의장, 연정정당 대표, 경기도 행정1부지사 등이다.

-지방권력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문제점과 대책은.

지방권력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경기도의회 의장으로서 지방이 가진 권한에 대한 회의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지방자치 20년이 지난 지금도 열악한 ‘20% 자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와 지방사무의 비율이 일본이 4대 6, 미국이 5대 5인 반면 우리는 행정 권한과 재원의 80%가 중앙에 집중돼 있다. 경기도의 재정자립도는 2005년 70.3%에서 2015년 53.6%로 지속해서 하락하고 점차 국비 의존적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대통령 탄핵정국이 발생한 것도 비정상적으로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중앙과 지방의 권한을 나누고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권한 이양 등 권력을 분산할 수 있는 국가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대통령의 막강 인사권을 분산시켜야 한다. 프랑스나 스웨덴처럼 우리나라가 지방자치 국가임을 헌법에 명시하고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과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올해 의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 계획인지.

취임하면서 제시한 5대 시대적 가치를 실현해 경기행복시대를 열어가겠다. 첫째 ‘자치와 분권’은 대통령제의 막강 권한을 나눌 수 있는 대안, 지방의회 26년 역사를 바탕으로 한 도민의 요구다. 특히 의정기능 강화는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의회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길임을 명심하겠다. 둘째 ‘연정’으로 경기도가 새로운 정치 역사를 쓰겠다. 경기도와 도의회가 권력분산을 통해 대립하고 투쟁하지 않으며 상생정치의 모델이 되겠다.

셋째 ‘경제민주화’로 사회적 약자에게 희망이 되겠다. 양극화 심화, 복지제도 축소, 비정규직 증가와 같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지방정부 차원에서 풀어가겠다. 넷째 ‘문화예술’로 경기도민의 행복지수를 높이겠다. 소외계층에게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확대해 도민 누구나 꿈꾸고 꿈을 실현하는 삶의 터전으로 만들겠다. 다섯째 경기도는 ‘평화’를 상징하는 곳이다. 대북제재 정책으로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회복하는 데 경기도의회에서 역할을 찾겠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사상 초유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정국으로 극도로 불안정한 시국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1300만 도민의 대의기구인 경기도의회의 책임과 역할이 중요하다. 도의회는 새해에도 1300만 도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지역과 세대를 초월해 누구나 행복을 누리며 사람이 존중받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경기행복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모든 의원과 노력하겠다. 의장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 도민 여러분이 걱정하시는 일이 없도록 의정활동을 꼼꼼히 챙겨 나가겠다. 정유년을 맞아 ‘붉은 닭’은 어둠 속에서 빛의 도래를 알리며 만물을 깨우고 다가올 일을 예고한다. 1300만 경기도민에게 희망찬 새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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