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인정돼 수많은 종교가 한 데 어울려 살고 있는 다종교 국가다. 서양이나 중국에서 들어온 외래 종교부터 한반도에서 자생한 종교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각 종단들은 정착하기까지 한반도 곳곳에서 박해와 가난을 이기며 포교를 해왔고, 그 흔적은 곳곳에 남아 종단들의 성지가 됐다. 사실상 한반도는 여러 종교들의 성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에 본지는 ‘이웃 종교 알기’의 일환으로 각 종교의 성지들을 찾아가 탐방기를 연재한다.

 

▲ 구인사 모든 건물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대조사전. 그 화려함은 종도들이 대조사의 가르침에 충실하고자 함을 나타내는 의지의 표현이다. 대조사전 앞에 봉황 조형물도 설치돼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태종 총본산 ‘억조창생 구제중생 구인사’

중국-한국 천태종 법맥 이어
밤에 일하고 낮에 수행하는
주경야선으로 자립경제 갖춰

금닭이 알 품은 명당에 자리
유독 닭 관련 조형물 많아

황금기와로 지은 대조사전
스승에 대한 최대 예우표시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소백산 자락을 거슬러 올라가며 50여채의 건물이 이어진다. 중국 건물과 한국 건물의 색채가 혼합된 듯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건물들은 1만여명이 동시에 상주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대한불교천태종 총본산 ‘억조창생 구제중생 구인사’다. 눈이 내려 한겨울 정취가 가득한 1월 초 충북 단양 구인사를 찾았다.

구인사는 소백산 제4봉인 도솔봉 기슭에 있다. 법신 부처인 비로자나 부처의 명호를 따서 지은 비로봉, 부처의 깨달음인 연꽃을 상징하는 연화봉 등 불교적 이름을 가진 소백산의 아홉 개의 산 가운데 네 번째 봉우리로 꼽힌다. 도솔봉은 하늘의 세계 가운데 일생처보살인 미륵보살이 있는 ‘도솔’이라는 하늘나라 세계의 이름을 따서 지은 봉우리다. 구인사가 자리한 곳의 산봉우리들이 마치 연꽃의 잎처럼 중첩된 연화지에 자리 잡고 있는데 풍수에 의하면 예로부터 이곳은 금계포란형으로 ‘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명당’이라 했다. 이 때문인지 구인사에서는 닭과 관련된 조형물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구인사는 대한불교천태종의 총본산이다. 구인사는 1945년 상월원각 대조사(上月圓覺 大祖師)가 ‘억조창생(億兆蒼生) 구제중생(救濟衆生) 구인사(救仁寺)’라는 이름으로 지은 삼간초암이다. 대조사는 칡덩굴로 만든 구인사에서 수행정진을 통해 대도를 이뤄 500년 동안 은몰됐던 천태종을 중창시켜 1967년 ‘대한불교천태종’을 정부에 등록했다.

구인사는 6세기 중국 천태종과 11세기 고려 천태종을 이은 한국 천태종의 총본산이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 수행하는 주경야선의 실천을 통해 자립경제의 기반을 갖췄다. 주변에는 소백산 국립공원과 단양팔경, 여러 동굴지구를 위시한 역사교육 및 관광지가 많다.

▲ 50여채의 건물이 있어 1만여명이 동시에 상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구인사.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건물들은 한국의 전통방식과 중국적인 색채가 가미돼 다소 이국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구인사는 소백산 도솔봉 골짜기를 거슬러 올라가며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데 암석을 깍아내지 않고 그 위에 지형물을 이용해 그대로 건축하는 등 자연친화적인 건축기법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50여채에 달하는 건축물들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대조사전은 종도들이 대조사의 가르침에 충실하고자 함을 나타내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 때문에 대조사전은 총본산 구인사 가장 높은 곳에 배치됐다. 이는 선인(先人)과 후인(後人)이 도량에 함께함을 의미하며 남아 있는 후학들이 선인이 남긴 가르침과 걸었던 길을 존중하고 본받고 있음을 뜻한다. 이 때문에 조사를 모시는 종단은 스승에 대한 공경이 그 어느 종단보다도 깍듯할 수밖에 없다. 구인사를 찾은 이날도 대조사 앞 광장에는 형형색색의 대형 연등과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대조사전의 총 건평은 558.67㎡(약 169평)이며 3층으로 된 목조건물이다. 높이가 27m이며 외 9포, 내 11포의 전통적인 고전건물양식으로 지어졌다. 겉에서 보면 3층이지만 내부는 통층구조로 돼 있다. 건물에 사용된 목재는 태백산 적송으로 44만 6000재가 사용됐다. 기와는 특수 제작된 황금기와 4만여장이 들어갔다.

삼강전은 기도실과 법당으로 이뤄진 총본산 구인사의 대표 전각이다. 구인사 창건 당시 상월원각 대조사가 삼간초암을 얽고 수행하던 자리에 세워진 최대의 성전이다. 5층 법당은 1980년 4월 29일 낙성될 당시 국내 최대의 법당이었다.

천태종역대조사전은 한국과 중국의 역대 천태조사들의 존상을 모신 곳이다.

광명전은 20여년 동안 신도들의 수행과 종단 주요 행사 등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됐다. 7년여 불사를 거쳐 2010년 대법당으로 완공됐다. 광명전 법당은 법화경의 ‘견보탑품’에 근거해 석가모니, 다보여래 부처를 주불로 조성됐다. 후불탱화는 영산회상을 입체적으로 묘사한 목각 탱화로 조성됐다. 양측 면에는 동불 1만불을 조성했다.
 

▲ 구인사에는 50여개의 크고 작은 건물이 있어서 마치 한 마을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구인사 소장 문화유산

천태종 개창조인 교려 대각국사 의천스님(1055~1101)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당시 동아시아에 산재돼 있는 역대 고승들의 경전에 대한 논소를 수집, 흥왕사에 교장도감을 설치하고 교장을 간행한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전통을 바탕으로 종단에서는 중창 이후 오랜 세월 경전 수집과 연구를 거듭해왔고, 현재 구인사에는 국보 제257호 초조본 대방광불화엄경주본(권제29), 보물 제1162호 묘법연화경삼매참법(권하), 충북도지정 제210호 아미타후불도 등 국보 2건, 보물 9건, 충북도지정 24건 등 50여점의 지정문화재를 비롯해 수천여점의 유물을 보유하고 있다. 천태종은 이 유물과 사진을 ‘구인사성보박물관(천태종중앙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다. 박물관에서는 천태종과 관련된 역사와 학술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 보존, 전시, 연구하고 있다. 전문 학예연구실과 수장고를 갖추고 있다. 국가지정문화재를 비롯해 아시아 각국의 유물 수천여점과 기증 유물 및 서지 자료들을 소장, 전시하고 있다.
 

▲ 한국과 중국의 역대 천태조사들을 모신 ‘천태종역대조사전’의 내부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 구인사는 누구든 간절히 기도하면 한 가지 이상 소원이 이뤄진다는 구전이 있다. 구인사에 설치된 신도들의 소원 연등.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국-중국 천태불교 통한 교류

한국과 중국의 천태종은 6세기 창종 이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법맥을 계승해왔다. 이러한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1993년 중국 천태종 총본산인 국청사 경내에 중국 천태종을 개창한 지자대사와 한국 천태종을 개창한 의천 대각국사 그리고 한국 천태종 중창조 상월원각 대조사 존상을 봉안한 ‘중한천태종조사기념당’이 건립됐다. 이후 한·중 양국의 천태불교 교류가 더욱 가속화되면서 중국으로부터 전해된 천태종의 역사적 법맥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구인사에 한국과 중국의 역대 천태조사들을 모신 ‘천태종역대조사전’이 건립됐다. 2003년 5월 기공식으로 시작해 2008년 4월 낙성식 및 천태조사 존상 봉안식을 봉행했다. 이곳에는 천태 고조 용수존자, 2조 북제존자 혜문, 3조 남악존자 혜사, 4조 천태지자 지의대사를 비롯해 한국의 고려 제관법사, 대각국사 의천스님 등 양국의 역대 천태조사 36인의 존상이 봉안돼 있다.

◆천태종은?

지금부터 약 1400년 전 중국 수나라 개황 14년(594) 중국의 지자대사(智者大師)가 법화경을 중심으로 하는 교학이론과 일심삼관(一心三觀)의 선정수행법을 통해 선(禪)과 교(敎)를 함께 닦아야 할 것을 설하면서 생긴 종파다. 지자대사가 주로 머물던 산이 천태산이므로 그 이름을 따서 천태종이라 한다. 우리나라의 천태교학은 삼국시대에 이미 도입됐으나 정식으로 천태종이 개립된 것은 고려 숙종 2년(1097)이다. 대각국사 의천(大覺國師 義天) 스님에 의해 개성 국청사에서 설립됐다. 개창 이후 천태종은 고려 말기까지 고려불교의 중심 종단으로 한국불교사상은 물론 신앙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들어서 억불정책에 의해 500년 동안 역사 속으로 은몰돼 법화경을 중심으로 한 법화사상과 신앙으로 바뀌어 민중 속으로 스며들었다. 천태종은 근세에 이르러 상월원각 대조사에 의해 중창됐다. 중창된 천태종은 애국·생활·대중불교의 3대 지표를 세워 천태법화사상을 통한 21세기 불교를 선도하기 위한 종단으로 움직이고 있다.
 

▲ 천태종 마크인 종기가 그려진 사찰 건물. ⓒ천지일보(뉴스천지)

◆‘동방의 무궁한 나라 한국’ 상징 마크

천태종 종기에 새겨진 3개의 원은 공(空), 가(假), 중도(中道) 즉 3가지 진리를 의미한다. 천태종은 이 세 가지를 일체중생이 사는 모든 세계에 공통된 진리로 여긴다. 그리고 이것을 한 자리에 포개어 놓은 것은 각각의 진리가 서로 독립돼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융화하고, 의지해 원용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청색원은 치우치지 않고 영원무궁한 동방을 나타내는데, 이는 동방에 있는 우리나라가 무궁히 번영함을 뜻한다. 원 가운데 문양은 금강저다. 금강은 인간의 번뇌를 깨뜨리는 보리심, 즉 부처의 지혜를 뜻하며, 불퇴전의 굳은 신심을 상징한다. 부처를 모시는 금강신장은 삿된 것을 물리치고 정법을 지키기 위한 무기로 금강저를 지니기도 한다고 전해진다. 아울러 황색 금강저를 가운데 배치한 것은 부처의 지혜가 중도임을 의미한다. 또 청색 삼원 가운데 황색 금강저가 있어 처음과 끝을 나타낸다. 

▲ 구인사 대조사전을 오르는 길에는 다른 연등들과는 달리 붉은 닭 모양의 연등이 설치돼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