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포함 제도 전반 손봐야”
‘정권 아닌 정치 교체’ 재강조
‘제3지대’ 연대 염두에 둔 듯
사드 반발에 “외교적으로 해결”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5일 “헌법 개정을 포함해 선거제도, 정책 결정 방식, 정치인의 행태, 사고방식 등을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개헌론은 ‘제3지대’ 세력 규합의 고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 전 총장이 제3지대 연대의 포석을 깐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경기도 평택 제2함대를 방문한 반 전 총장은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선거연령 18세 하향 조정’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주장하면서 “단순한 정권교체라는 제한된 수단보다는 전체적으로 정치제도를 개혁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민주주의 원칙에 합당한 방향으로의 제도 개선 없이 정권교체만 이뤄질 경우, 집권한 사람들이 같은 제도 하에서 같은 과오를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개헌 방안과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에 대해선 “조만간 전문가와 협의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은 반 전 총장이 지난 12일 귀국 당시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의 강력한 경쟁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서자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정치교체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 전 총장의 개헌 발언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개헌 이슈가 범보수 연대의 고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정당에 들어가지 않고 ‘제3지대’에서 범보수 진영 구축에 나설 가능성이 큰 반 전 총장이 개헌을 연대의 명분으로 내세울 경우 개헌론자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이재오 전 의원은 물론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까지 합세할 수 있는 공간이 확대된다.
특히 제3지대의 주요 축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반 전 총장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개헌 발언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이들과의 연대를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반 전 총장의 ‘3년 임기 단축’ 수용 여부는 개헌 논의의 핵심으로 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개헌을 전제로 차기 총선을 대선과 함께 치르려면 차기 대통령의 임기 단축이 불가피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임기 단축에 부정적이다. 이와 달리 반 전 총장이 임기 단축을 수용하고, 여기에 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개헌 추진 세력이 뭉치면 이번 대선은 ‘개헌파’ 대 ‘反개헌파’ 구도로 흐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야권이 반발하고 있는 사드 배치에 대해선 “공격용 무기가 아닌 순수한 방어용 무기”라며 “한반도 현실이 거의 준전시 상태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은 마땅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반발에 대해선 “그런 문제는 외교적으로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