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지난 7일 ‘박근혜 대통령 체포’를 요구하며 촛불집회 현장에서 분신한 정원스님의 영결식이 열린 가운데 운구 행렬이 광화문 광장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광화문에서 ‘박근혜는 내란사범’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한 정원스님의 영결식이 제12차 촛불집회에 앞서 진행됐다.

정원스님의 영결식은 박근혜정권퇴진국민비상행동(퇴진행동)과 범불교시국회의가 공동으로 구성한 장례위원회가 주축이 돼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치러졌다.

이날 오전 서울대장례식장에서는 추모 문화제 및 불교식 발인이 진행됐다. 이후 조계사에서 노제가 이어졌다. 스님들은 불경을 외우고 조문 온 시민들은 정원스님을 추모했다. 노제를 마친 장례 행렬은 청운동사무소 앞으로 향했다.

이들은 스님이 생전 자주 외치던 ‘박근혜 즉각 구속하라’ ‘사드배치 중단하라’ ‘한일위안부합의 무효’ 등의 글귀가 써진 만장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 광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후 2시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영결식이 진행됐다.

▲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지난 7일 ‘박근혜 대통령 체포’를 요구하며 촛불집회 현장에서 분신한 정원스님의 발인식이 진행되고 있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과 범불교시국회의가 공동으로 구성한 장례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 30분 서울대병원에서 불교식으로 발인식을 진행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날 서울의 기온은 영하 11도를 웃도는 추운 날씨였음에도 광화문 광장에는 스님을 비롯한 수백 명의 추모객이 모였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도철스님은 추모사를 통해 “정원스님이 모셨던 부처님은 민중이었다. 억압과 고통받는 민중들이었다”며 “스님의 소신공양이 박근혜 정권의 아집과 거짓, 어리석음을 멈추게 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통탄도 멈추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스님은 “비록 정원스님의 육신은 떠났지만 마음만은 광화문 광장에 남아 시민들과 함께하고 있을 것”이라며 “스님이 못다 하신 일은 남아있는 우리가 꼭 이루겠다”고 애도했다.

▲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지난 7일 ‘박근혜 대통령 체포’를 요구하며 촛불집회 현장에서 분신한 정원스님의 영결식이 열린 가운데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도철스님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정원스님의 소신공양과 입적은 악에 대한 희생적 분노”라며 “박근혜 폐당은 민중의 분노가 하늘에 가닿고 있음을 두렵게 여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결식을 마친 뒤 정원스님은 경기도 고양시 벽제 화장터로 옮겨져 화장됐다. 유골은 서울 종로구 구기동 금선사에 안치될 예정이다.

앞서 정원스님은 지난 7일 밤 10시 30분께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분신을 시도해 전신 3도 화상을 입었다. 당시 스님은 분신에 앞서 스케치북에 ‘일체 민중들이 행복한 그 날까지 나의 발원은 끝이 없사오며 세세생생 보살도를 떠나지 않게 하옵소서’, ‘박근혜는 내란사범, 한일협정 매국질, 즉각 손 떼고 물러나라’는 글과 함께 ‘나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나의 죽음이 어떤 집단의 이익이 아닌 민중의 승리가 돼야 한다’는 유서 형식의 글도 남겼다.

정원스님은 분신으로 몸 2도, 얼굴 3도 등 전신에 2~3도의 화상을 입고 지난 9일 끝내 사망했다.

▲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故) 정원스님 영결식에서 추모객들이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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