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에서의 국정농단 실체가 연일 보도되면서 국민은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자고 나면 유쾌하지 않은 새로운 소식들이 쏟아진다. 그렇다보니 이제 어지간한 국정농단 사건은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국민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하는 탄식과 분노의 연속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5년 8.15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최태원 SK 회장과 관련된 녹음 파일이 특검팀에 입수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검팀에서 나오는 얘기를 종합하면 2015년 8월 10일 김영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 서울 영등포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최태원 회장을 찾아간다. 이 때 김 위원이 최 회장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사면을 하기로 하며 경제살리기 등을 명시적으로 요구했다. 사면으로 출소하면 회장님이 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그 직후 최태원 회장은 대기업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8.15 특사’ 명단에 포함돼 출소했다. 당시에도 말이 많았다. 대기업 총수에 대한 사면권을 극도로 제한했던 박 대통령이 왜 최 회장만 유일하게 사면을 했을까하는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녹음 파일 그 내용대로 사흘 뒤인 8월 17일 SK그룹은 SK하이닉스의 3개 반도체 생산라인에 총 46조원을 투자한다는 발표를 내놓았다. 그리고 두 달 뒤에는 미르재단에 68억원, 지난해 1월에 설립한 K스포츠재단에는 43억원을 출연했다.

물론 박 대통령이 언급한 ‘경제살리기’는 일반론 수준의 약속일 수도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을 만나면 일반적으로 나누는 담론쯤으로도 생각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보면 이런 얘기를 단순히 일반적인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태원 회장과 사면권을 고리로 ‘거래’를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마침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이 특검 수사를 받았다.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의 독대 이후 삼성그룹은 두 재단에 대한 출연금은 물론 최순실 측 개인회사에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뭔가 얘기가 없었다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검 수사에서 밝힐 일이지만 삼성과의 뇌물죄 근거를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태원 회장도 마찬가지다. 사면권을 남용해 돈을 받고 특사로 풀어줬으며 그 대가로 두 재단에 111억원을 냈다면 뇌물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일이다. 기업의 약한 고리를 교묘하게 파고드는 권력의 농간도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권력에 기대어 뭔가를 얻어 내려는 재벌 총수들의 저급한 언행도 더 이상 용납돼선 안 될이다. 특검의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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