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혜문스님이 직접 찍은 히젠도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뉴스천지=이길상 기자] ‘히젠도 환수위원회(공동위원장 최봉태, 혜문스님, 이하 환수위)’가 “일본정부는 명성황후 살해 진상을 규명하고 그 사죄의 심정으로 ‘히젠도’를 폐기하거나 한국 정부에 인도하라”고 촉구했다.

히젠도는 1895년 을미사변 당시 명성황후 살해에 쓰였던 도구로 일본 ‘쿠시다 신사’에서 보관하고 있다. 이 칼은 전체길이 120㎝, 칼날 90㎝인 칼로 16세기 일본 에도시대 다다요시란 장인에 의해 만들어졌다. 나무로 만든 칼집에는 ‘일순전광자노호(一瞬電光刺老狐; 늙은 여우를 단칼에 찔렀다)’라고 쓰여 있다.

환수위는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는 26일 ‘쿠시다 신사 소장 히젠토 처분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환수위가 이날을 기해 기자회견을 갖는 것은 1909년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뒤 이토를 살해하게 된 15개항에서 ‘남의 나라 국모를 살해한 죄’를 이유로 들었기 때문이다.

환수위는 “한일 간의 원한을 촉발시킨 사건에 직접 사용된 범행도구가 일본 신사에 보관돼 있다는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며 “이 칼은 한일 간의 우호적 미래를 저해하는 심각한 장애물이며 양국 간의 민족적 반목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흉물인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아 쿠시다 신사와 일본정부, 일본의 양심세력 등은 살인의 범죄도구이자 한 나라의 민족감정을 자극하는 흉기를 올바르게 처분해 주길 촉구한다”며 “그들의 용기있는 결단으로 한일관계가 한 단계 진전되는 전기가 마련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밝혔다.

환수위는 쿠시다 신사의 히젠도 보관 문제점을 제기했다. 히젠도로 말미암아 저질러진 1895년 을미사변(조선왕비살해사건)으로 ‘피로써 피를 씻는 한일관계’가 시작됐으며, 이는 한국은 물론 일본 역사까지도 불행하게 만들어 우호적 한일관계를 토대로 열어가야 할 새로운 시대를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이 칼은 파기되거나 당시 사건 현장이었던 한국 측으로 인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환수위는 히젠도가 신사에 기증돼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것은 법률적인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 칼은 범행의 도구로 쓰였던 흉기이므로 당시 조선 정부가 압수해야 할 물건이라는 것이다. 또 일본에 있다 하더라도 범인이 이 칼로 명성황후를 살해했음을 자백한 이상 일본 검찰이 압수했어야 마땅하다며  “일본이 명성황후 살해 사건에 대해 참회하는 입장에서 한국으로 인도해야 할 물건”이라고 덧붙였다. 

환수위 최봉태(법무법인 삼일 변호사) 위원장은 히젠도 처리에 대해 두 가지 방안을 내놨다. 첫 번째는 히젠도를 압수해서 독립기념관에 비치해야 하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히젠도 환수 문제로 한일 간의 긴장이 초래돼서는 안 된다”며 “안중근 의사의 사상이 ‘평화’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환수위 위원장 혜문스님(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총장)은 쿠시다 신사에 <히젠도 처분 요청서>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혜문스님은 직접 일본에 가서 찍은 히젠도 및 관련 자료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히젠(肥前): 규슈(九州) 지방의 서북쪽, 지금의 나가사키현(長崎県)과 사가현(佐賀県)을 합친 곳

 

▲ 환수위 최봉태 위원장이 히젠도 환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왼쪽은 혜문스님).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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