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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차은경 기자] 종교와 정치권력은 분리돼야 하지만 시대에 맞는 종교인의 현실적 정치참여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치권력에 순응하기보다 정치에 적극 개입해 현실 문제를 정확히 바라보고, 공공선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개혁을위한종교인네트워크(우리신학연구소,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참여불교재가연대)가 11일 개최한 ‘한국정치의 종교과잉을 진단한다’ 집담회에서 가톨릭·불교·개신교 등 3대 종교 활동가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가톨릭교회와 정치의 관계에 대해 발표한 우리신학연구소 심현주 연구위원은 “정교분리의 원칙을 위반하지 않는 한 그리스도교인과 정치권의 밀접한 관계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심 위원은 그리스도교인이 개인의 사회 윤리적 가치에 따라 정치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견해를 밝혔다. 직업정치인들과의 밀접한 관계, NGO 활동 참여, 사회제도개선을 위한 정책제안 등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치권과 제도교회가 밀착했을 때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교회가 정권의 도덕적 정당성 인정을 위한 수단이 되거나, 교세를 확장하거나 교회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 데 정권을 이용하는 경우이다. 그는 교회가 정권의 수단이 된 예로 최근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 인명진 목사,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에 최성규 목사를 임명한 것과 선거정치에서 특정 종교를 겨냥한 선거공약을 한 것 등을 사례로 들었다. 교회가 정권을 이용한 경우로는 교회 부속기관에 대한 정부 보조금 및 지원금을 받는 것 등을 예로 들었다.

심 위원은 제도교회와 정권의 밀접한 관계를 규제할 방안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제도교회 나 교회의 권위자가 개인의 사회적 권력 및 교권 확장을 목적으로 정치권에 개입하거나 긴밀한 관계를 갖는 데 대해 교회 자체에서 통제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불교의 정치참여에 대해 발표한 참여불교재가연대 조재현 사무총장 역시 종교인의 정치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정치와 종교가 분리될 수 없는 현실이 작동되고 있으므로 지금은 어떻게 정치에 참여하고, 참여기준을 설정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또 그는 “불교가 정치권력에 순응하고 금권에 의지하려고 하는 것보다 차라리 적극 정치에 개입해 현실 문제를 정확히 바라보고, 공공선을 위한 세속화를 진행한다면 상식과 정의에 맞는 한국불교의 정치참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정치참여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개신교와 정치권력의 유착관계를 살핀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은 교회에서의 끈끈한 사회적 연결망이 권력 남용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이명박 정권 때는 파워엘리트 인맥의 키워드로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박근혜 정권에서는 ‘성시경(성균관대, 고시, 경기고)’이 회자됐듯이 여러 강남권 대형교회의 장로를 포함한 인맥들이 두 정부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이러한 교회들을 매개로 하는 인맥들이 두 정권에서 벌어진 수많은 국정농단과 부패, 비리에 얽혀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김 실장은 사회의 공공성 보전과 확대를 위해 일하고 있는 종교단체나 기구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이 교회 안과 바깥을 나누는 장벽을 해체하고, 사회의 공공성 보전과 확대, 인권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김 실장은 “대형교회, 특히 강남권 대형교회가 현재의 개신교를 과잉대표하고 있는 것은 사회 공공성 보전과 확대를 위해 활동하고 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작은 교회의 새로운 신앙운동마저 가리고 있는 것”이라며 “더 민주적이고 인권적이며 상생적인 사회를 향한 종교 간, 비종교간 연대를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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