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후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입국 공항 기자회견서 권력의지 표명… 대권 뜻 드러내
“국민 대통합 반드시 이뤄야… 패권·기득권 더는 안돼”
박연차 23만 달러 수수 의혹엔 “제 이름 등장 이유 몰라”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이 12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권력의지가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묶어서 다시 세계 일류 국가로 만드는 의지라면 저는 분명히 제 한몸을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고 말씀 드렸고, 그 마음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유엔 사무총장직을 퇴임하고 이날 오후 5시께 인천공항에서 입국 기자회견을 연 반 전 총장은 “그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쌓은 국제적 경험과 식견을 나라를 위해 어떻게 사용할까 진지하게 고뇌하고 성찰했다. 많은 분들이 제가 권력의지가 있느냐 물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반 전 총장은 이어 “그분들이 말하는 권력의지가 소위 남을 헐뜯고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정권과 권력을 쟁취하는 것이라면 저는 권력의지가 없다”며 “오로지 국민을 위해 몸을 불사를 의지가 있느냐라면 저는 얼마든지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그가 입국 기자회견을 통해 권력의지를 공식 언급한 것은 사실상 대권 행보에 마음을 두고 있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발언으로 풀이된다.

유엔 사무총장직을 마치고 10년 만에 영구 귀국하는 반 전 총장은 “10년 만에 조국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고 저의 마음은 대단히 무겁다”며 “그동안 우리가 이룩한 국제적 위상 뒤에는 그만큼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누워 있는 것을 알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나라는 갈가리 찢겨지고 경제는 활력을 잃고, 사회는 부조리로 얼룩져, 불의는 일상처럼 우리 곁에 버티고 있다”며 “총체적 난관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생이 흔들리면 발전이 무슨 소용인가. 부의 양극화와 이념, 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며 “국민 대통합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패권과 기득권은 더 이상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 전 총장은 “우리 젊은이들이 희망을 가지고 자신감을 가지고 미래에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겪은 여러 경험을 가지고 젋은이의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한 길잡이 노릇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유엔 총장 임기 동안 가난한 나라와 약자 보호에 앞장섰다고 소개하고 “우리 정치 지도자들도 우리 사회 분열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해법을 같이 찾아야 할 것으로 본다”며 “정쟁으로 나라와 사회가 분열된 것은 민족적 재앙이다.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인사말에 이은 기자 질의응답에서 반 전 총장은 유엔 퇴임 후 일정기간 정치적 지위를 맡지 못하도록 한 유엔 협약 위반 지적에 대해 “유권적 답변은 유엔 당국에서 할 것으로 본다”며 “개인적으로 해석한다면, 저의 정치적인 행보 특히 선출직을 막은 조항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가 그렇다고 출마를 한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박연차 게이트 23만 달러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박연차씨가 저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왜 제 이름이 거기에 등장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귀국 이후 설 연휴 전까지 정치 행보를 자제한 채 민생 행보를 하면서 귀국 인사를 다닐 예정이다. 

반 전 총장은 귀국 다음 날인 13일 국립 서울현충원 방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국내 일정에 돌입한다. 현충원 방문에선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등 역대 대통령의 묘역을 모두 참배할 예정이다. 이어 사당동 주민센터에 들러 주민등록 신고를 한다. 오후엔 실무 준비팀 등 참모진과 상견례와 회의를 할 예정이다. 

주말인 14일엔 고향인 충청북도 음성의 선영을 둘러보고 ‘음성 꽃동네’를 방문할 계획이다. 이어 충북 청주에 있는 모친 신현순(92) 여사의 자택에 방문해 가족과 친척에게 인사를 한 뒤 하룻밤을 묵고 서울에 올라온다. 

휴일인 15일 반 전 총장은 서울에서 참모진 회의를 열어 향후 일정을 논의할 방침이다. 설 연휴 전까진 정치 행보를 최대한 자제한 채 민생 행보에 집중한다는 게 반 전 총장의 계획이다. 그러나 유엔 사무총장 퇴임에 따른 기본 절차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정세균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등 ‘3부 요인’은 만날 계획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