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환경부 교통환경과 홍동곤 과장이 배출가스 조작 사태를 일으킨 폭스바겐그룹의 티구안 차량 리콜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환경부는 티구안의 리콜을 승인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티구안 2차종 2만7000대 ‘승인’
나머지 13개 9.9만대 검증 예정
“성능·연비, 리콜 전후와 비슷해”
소비자들, 승인 반대 ‘행정소송’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환경부가 배출가스 조작 사태를 일으킨 폭스바겐의 티구안 차량에 대해 리콜 검증을 실시한 결과 ‘배출가스와 연비’ 등 리콜 요건을 충족했다며 승인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부실 검증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섰다.

12일 환경부는 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티구안 2.0 TDI 3237대, 티구안 2.0 TDI BMT 2만 3773대 등 티구안 2개 차종 2만 7000대에 대해 리콜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환경부 교통환경과 홍동곤 과장은 “폭스바겐 리콜 결과 성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가속·등판 성능 시험 결과도 리콜 전·후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 티구안 차량을 제외한 나머지 13개 차종 9만 9000대는 배기량, 엔진출력 등에 따라 5개 그룹으로 나눠 리콜계획서를 접수받은 후 검증할 예정이다.

◆행정처분부터 리콜계획서까지

앞서 환경부는 지난 2015년 9월 18일 미국에서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건이 발표된 이후 두 달간 실태조사를 벌였다.

같은 해 11월 26일 아우디·폭스바겐 15개 차종 12만 6000대에 대한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드러냈고, 이들 차량에 대해 인증취소(판매정지), 과징금(141억원)부과 등의 행정처분과 리콜 명령을 내렸다.

인증취소와 판매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이뤄졌지만 리콜은 폭스바겐 측이 리콜계획서를 부실하게 제출해 지난해 6월 7일 리콜서류가 반려돼 지연됐다. 이후 같은 해 10월 6일 폭스바겐 측은 리콜서류를 다시 제출했다.

리콜은 폭스바겐이 실내 인증조건에서만 배출가스재순환장치(EGR)를 작동시키고 도로주행 등 실 도로 조건에서는 EGR을 끄는 방식의 불법 소프트웨어를 제거하고, 실내·외 구별없이 EGR이 정상 작동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로 교체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폭스바겐은 연소효율과 차량성능 향상을 위해 연료 분사 압력을 높이고 ‘흡기-압축-연소-팽창-배기’의 한 사이클을 돌 때마다 연료 분사 횟수를 1회에서 2회로 바꿨다. 작은 차량으로 분류되는 1.6리터 차량(1개 차종 1만대)에는 공기흐름을 균일하게 유지하고 연소효율을 높이는 흡입공기제어기를 추가로 장착했다.

▲ 12일 환경부 교통환경과 홍동곤 과장이 폭스바겐이 어떻게 배출가스를 조작했는지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환경부 “배출가스·연비·성능 충족”

환경부와 교통환경연구소는 지난해 10~11월 폭스바겐 제출 리콜 소프트웨어 검증을 위해 배출가스와 성능시험을 담당했고, 국토교통부와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연비시험을 각각 실시해 검증에 나섰다.그 결과 EGR 장치가 멈추지 않도록 불법 소프트웨어를 제거하면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실내에서 28~59%, 도로주행에서 20~33% 감소했다.

이는 도로주행의 경우 유로5 기준(0.18g/㎞) 4~5배 정도 많은 수준이다. 이에 기준치를 초과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환경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운행되는 자동차들의 평균 수준으로, 자동차의 기술적 수준을 고려해 충족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로5 기준으로 평가할 때는 도로주행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올해부터는 유로6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올해 9월부터 실내외 모두에서 강화된 기준치의 2.1배 내외 수준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출가스 기준을 속이면서 연비와 성능 저하 우려에 대해서도 검증 결과가 충족하는 수준으로 나왔다. 연비의 경우 실내 기준으로 소프트웨어 교체 전·후가 동일하게 13.0㎞/ℓ로 나왔다. 실외 시험에서는 교체 전·후가 각각 11.6㎞/ℓ와 11.4㎞/ℓ로 측정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연비 시험의 경우 국토부가 실내 기준으로만 측정하는데, 실외에서는 노면 상태나 바람 등 외부 요인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이라며 “그래도 실외 측정을 참고로 한 이유는 혹시나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가속 성능은 정지 상태에서 40·60·100㎞/h에 도달하는 시간, 등판능력은 최대 적재 상태에서 자동차가 비탈길을 오를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한 결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나왔다.

홍 과장은 리콜 전·후 연비 차이가 발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환경 기준이 우리보다 4배 정도 강한 미국에서는 차량에 EGR 외 연료를 분사해줘야 하는 질소산화물저장·제거장치(LNT)가 장착되는데, 이 장치가 한국 판매 차량에는 장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환경부는 리콜 검증을 마치는 시점인 지난해 11월 30일 폭스바겐 측에 배출가스와 성능·연비와 직결되는 연료압력을 포함해 매연저감장치, 리콜이행율 달성방안 등에 대한 보완자료를 요구했다. 폭스바겐 측은 지난해 12월 28일 보완자료를 제출했고, 요구수준을 충족했다는 게 환경부의 판단이다.

환경부는 이번 검증에서 폭스바겐 측이 제출한 신형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에 구형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홍 과장은 “앞으로 리콜이 승인된 차량을 원래는 2년 1회 이상 실시하는 결함확인검사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며 “올해에도 실시할 것인지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정화비용·소비자보상·차량교체’ 명령은?

미국에서는 폭스바겐 측이 대기환경 정화비용 등을 낸 것과 소비자 보상을 실시했는데, 국내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답했다.

홍 과장은 “정부 법무공단 자문 결과 대기오염 피해는 국가의 고유 업무이기에 어느 업체가 소홀히 했다고 정부가 별도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봤다”면서 “미국은 환경청도 당사자였지만 우리나라는 법체계상 민사소송상 환경부가 당사자가 아니다. 이에 소비자 보상은 현재 소비자들이 제기한 민사소송 등을 통해 판사가 판단하면 된다고 본다”고 했다.

소비자 민사소송의 핵심으로 꼽히는 ‘조작사실(임의설정)’을 폭스바겐 측이 인정했는가에 대한 질문에 홍 과장은 “폭스바겐 측이 세 차례 제출한 리콜 서류에는 없었지만, 지난해 9월에는 실내에서는 모드0, 실외에서는 모드2 등으로 설정해, 실내에선 저감이 제대로 되고 밖에서는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문서를 제출했다”며 “이어 공문으로 두 가지 모드를 쓴 데 대해 인정하라고 보냈고 만약 없으면 임의설정으로 간주하겠다고 했고, 폭스바겐 측은 아무런 답이 없어서 ‘조작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과장은 “폭스바겐의 ‘임의설정 인정’ 부분에 대해 소비자가 원하면 소송에서 판사를 통해 정부에 요청하면 법률 자문을 거쳐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홍 과장은 “최근 검찰이 폭스바겐 측 임원을 형사재판에 넘겼는데, 이러한 것도 민사소송에 도움을 준다고 법률 자문을 통해 들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비자들이 차량 ‘교체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 홍 과장은 “리콜 검증이 완료된 티구안 차량은 차량 교체 명령이 없고, 검증이 남은 13개 차종은 차량 교체 명령에 대해서도 유효한 상태”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리콜 후속조치로 지난해 11월 30일 폭스바겐 측에 리콜이행률을 미국 폭스바겐의 목표치인 85%로 높일 것을 요구했다. 보통은 18개월간 80% 수준으로 이뤄진다.

폭스바겐 측은 리콜을 위해 해당 차량 소유자들에게 픽업·배달서비스, 교통비 제공, 콜센터 운영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환경부 요구에 따라 분기별 리콜이행 실적을 분석해 리콜이 예상보다 부진할 경우 추가적인 리콜 보완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소비자들 “부실검증 행정소송 제기”

이날 환경부의 발표에 대해 국내 폭스바겐 소유주들은 환경부의 티구안 차량 리콜 승인에 대해 반대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폭스바겐 차량 소유주의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환경부가 아우디·폭스바겐 측이 제출한 엔진 ECU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리콜 방안을 승인한다고 발표한 것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13일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 변호사는 “환경부가 성능 저하와 내구성에 대한 검증이 제외된 부실한 검증을 했다”며 “미국 환경 당국의 문서들을 보면 ‘성능과 내구성 확보가 안 돼 리콜 방안을 거절한다’는 내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환경부가 애초에 폭스바겐이 ‘임의설정(조작) 사실’을 시인하지 않으면 리콜 검증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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