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택 제외 저소득층 180만명 육박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6개월 이상 보험료를 체납해 건강보험 혜택을 못 받는 연소득 5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 가구가 18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소득이 없거나 낮은 지역가입자에게 나이와 성별, 자동차, 주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 때문이다.

1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장기 체납한 세대는 135만 2815가구다. 이 중 연 소득이 500만원 이하인 가구가 118만 3744세대로 88%를 차지한다. 인구수로는 179만 4012명의 건강보험 혜택이 제한되는 것이다. 현재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하면 의료기관 진료와 약국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럴 경우 몸이 아파도 진료비 부담 때문에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

지역가입자에 대한 불합리한 부과 체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생계형 체납 세대였던 ‘송파 세 모녀’다. 2014년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동반 자살한 세 모녀의 건강보험료를 현행 산출방식에 따라 계산하면 4만 9000원으로 추정된다. 당시 송파 세 모녀가 거주하던 주택은 3699만원의 전세로 여기에 보험료 2만 3000원의 보험료가 부과됐다. 60대인 어머니와 30대인 두 딸은 질병 때문에 실직 상태여서 연소득이 500만원 이하에 해당됐지만, 이들의 실제 경제 활동 여부와 상관없이 세대 구성원의 성별과 나이를 기준으로 경제 활동 참가율 점수를 내 2만 6000원의 보험료를 부과한 것이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연소득 500만원 이하 지역가입자 세대에는 성과 연령, 재산과 자동차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비율이 95%로 나타났다. 실제 소득 이외의 항목에 보험료가 부과된다는 이야기다.

건강보험료 체납으로 의료사각지내에 놓인 저소득층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근거조차 불투명한 성·연령과 자동차 부과방안을 폐지하고 일정 금액 이하 생활을 위한 주택에 대해서 보험료 부과대상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부과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문제는 송파 세 모녀처럼 실직이나 질병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울 경우 일정 소득수준을 유지할 수 없어 보험료 체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경실련은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거주용 임대주택 전세금에 보험료를 매기는 것은 저소득 세입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중하고 보험료 장기연체를 양산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근거가 불투명한 부과 기준을 폐지하고 일정 금액 이하의 거주 주택은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며 보험료 부과 체계를 소득중심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정부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국정과제로 정하고 별도의 기획단까지 소득중심의 보험료 단일부과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뚜렷한 이유도 없이 부과체계 개편을 미루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23일 국회와 공동으로 여는 공청회를 통해 정부의 구체적인 개편안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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