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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돈 앞에 무너진 가족애 현실적으로 그리다… 연극 ‘변신’
이혜림 기자  |  rim2@newscj.com
2017.01.11 09: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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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극단 창세)

프란츠 카프카 동명 소설 각색
자본주의시대 노동력 상실 그려
벌레로 변해 일할 수 없게 되자
가족에게 외면당하는 주인공
동생 꿈·현실 사이 고민 보여줘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가족이라고 하면 모름지기 힘들 때나 슬플 때나 기쁠 때나 함께 하며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기 마련이다. 전날 밤엔 꼴도 보기 싫을 만큼 밉다가도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한상에 둘러앉아 아침밥을 먹는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말처럼 혈연이라는 것은 타인과는 다른 가슴 먹먹하고 조건 없는 사랑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가족도 있다. 금수저, 은수저, 흑수저 수저계급론으로 평가되는 이 시대는 사람의 경제적인 여건을 보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 대상이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연극 ‘변신(각색 드라마트루기 홍진호, 연출 신동일)’은 가정의 경제력을 책임지던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안훈 분)’가 갑자기 벌레로 변해 생활비를 벌 수 없게 되자 직장과 사회뿐만 아니라 가족으로부터도 외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무대가 어두워지고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암시하든 경고음이 울린다. 불이 켜지자 고풍스러운 식탁에 독서하는 ‘어머니(정재은 분)’와 골프채를 닦고 있는 ‘아버지(황위재 분)’, 바이올린을 쓰다듬는 여동생 ‘그레테(변민지 분)’가 앉아 있다. 각자 자기의

할 일만 하고 있는 이 가족 그다지 화목해 보이진 않는다. 그때 주인공 ‘그레고르’가 자신의 몸집만한 가방을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레테’는 신나서 오빠에게 바이올린을 연주하지만 ‘어머니’와 ‘아버지’는 오빠가 피곤하다며 연주를 말린다.

고된 하루를 마친 그레고르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정장을 가지런히 벗어 옷걸이에 건 그레고르는 평화로워 보이는 바닷가 사진을 가슴에 품고 잠이 들었다가 가위에 눌린 듯한 이상한 체험을 한다.

가정 형편으로 음악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그레테를 위해, 또 사업이 망해 재기할 수 없는 아버지와 천식으로 고생하는 어머니를 위해 그레고르는 힘찬 내일도 열심히 일할 것을 다짐한다.

다음 날 아침 괴기스러운 자세로 잠을 자고 있던 그레고르는 자신의 몸이 이상해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복층에서 떨어진 그레고르는 땅을 기기 시작한다. 목소리도 이상하게 변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다.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신하게 된 것이다. 원인도 모른다. 가족들은 그레고르의 방을 아무도 출입하지 않은 정황을 두고 벌레를 일단 그레고르로 인식한다.

냄새나고 썩은 음식을 먹는 벌레가 그레고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가족들은 벌레를 내보낼 수도, 같이 있을 수도 없는 상황에 부닥친다. 가족의 경제를 책임지던 그레고르가 일을 할 수 없게 되니 부모는 동생 그레테에게 일을 하라고 권한다. 그리고 벌레가 된 그레고르를 밟아 죽일 수 있는 벌레 취급한다.

◆연기력에 박수를

연극 ‘변신’은 연출가 신동일의 작품으로 프란츠 카프카가 쓴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작 ‘변신’을 연극으로 재창작한 것이다. 이 작품은 지난해 제28회 거창국제연극제에서 작품상과 연출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원작과 비교하면서 극을 즐기는 재미도 있다.

신동일 연출의 ‘변신’에는 원작과 다르게 바이올린 연주자를 꿈꾸는 그레타에 대한 이야기로 예술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꿈을 좇을 것인가. 현실을 좇을 것인가에 대해 이 시대 청년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또 그레고르와 가족 간 갈등의 원인을 경제력이라고 단정 짓는다. 신동일 연출은 “워낙 유명한 고전이어서 연극으로 올리기 위해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자본주의 시대에서 노동력 상실은 어떤 영향력을 끼치는지를 염두에 두고 작품에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의 연기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였다. 배우 안훈은 벌레가 된 ‘그레고르’로 완벽 분해서 관객들이 징그러워할 정도였다.

설정 상 높은 곳을 오고 가는 탓인지 여기저기 멍든 그의 몸에서 연습의 분량이 보였다. 모성애와 이기심 사이에서 이기심을 선택한 부모들의 양면성도 잘 드러났다.

적재적소에 맞는 조명과 음향이 한몫했다. 특히 인물 간에 갈등이 일어나는 상황에선 사이드 조명으로 인물을 비춰 입체적인 느낌이 들었다.

방에 갇혀 주는 먹이만 받아먹으며 살게 된 그레고르에게 힘든 건 변해버린 가족의 태도다. 그는 자신을 최고로 여겼던 부모님의 혐오스러운 시선, 열심히 일했던 회사의 ‘지배인(김성찬 분)’의 경멸 등으로 괴로워한다. 이 모습은 오늘날 수저계급론으로 분류되는 현대인들의 고충을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연극은 오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동숭아트홀 꼭두소극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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