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음유시인 김광석.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잊었던 기억들과 쌓여가는 추억을 시로 써보려 했고, 그 아름다운 시로도 사랑하는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해 ‘먼지’가 되어 사랑하는 이 곁으로 날아간다고 노래했다. 누가 ‘먼지’를 이토록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겠는가. 웬 먼지 타령이냐고 묻는다면, 지금 이 대한민국의 현실이 바람 속의 먼지 같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곳 없고,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으니 참으로 먼지와 함께 살아가는 것만 같다.

소위 지도자라는 사람들의 언행 하나하나가 퀴퀴한 먼지가 되어 국민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으니,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는 저리가라다.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마지막 청문회가 9일 끝났다. 예상한대로 핵심 증인들은 대거 불출석했고 의원들 역시 반말이 난무했으며, 호통은 덤으로 따라왔다. 참으로 볼썽사나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진행된 청문회의 면면을 보고 있노라니 케케묵은 먼지들을 어른 밥숟가락으로 한가득 떠서 목구멍에 털어 넣은 것만 같다. 이미 입에 털어 넣었으니 뱉어도 찝찝하고, 물로 헹궈내도 꺼끌꺼끌하고 텁텁하니 자꾸만 목을 간질이는 것 같아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정재계가 짝짜꿍이 되어 대한민국을 농락했고, 학계와 문화·스포츠계 전방에 뻗친 그들의 마수에 정정당당하게 살아가고자 했던 많은 국민들이 절망했다.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작은 바람마저 빼앗은 일명 ‘최순실 청문회’는 한 편의 잘 짜인 코미디보다 더 코미디 같았다. 아닌 말로 코미디는 즐거움과 웃음이라도 주건만, 최순실 청문회는 국민의 분통만 더 터트린 격이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들은 단체로 까마귀 고기를 구워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쉽게 내뱉었고, 생판 모르는 문제에 주관식으로 대답하라는 것도 아닌데 ‘모른다’고 일관하니 참으로 복장 터질 노릇이다.

어디 증인으로 출석한 이들만 국민의 복장을 터트렸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질문이라도 속 시원히 하면 좋으련만,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듯한 목소리만 청문회장을 울렸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인지, 훗날 ‘청문회’라고 하면 기억나는 것이 ‘시끄럽다’ 내지 ‘우격다짐’이 될까 걱정이다. 물론 무조건적인 윽박지름이 아닌, 충분한 물적 증거를 가지고 나와 질문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답답해도 질문하는 데 있어 자신의 분이나 성격을 이기지 못해 삿대질하거나 반말을 일삼거나, 비웃는 듯한 행동은 자제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의 감정 하나 제어하지 못해 붉으락푸르락하는 이들에게 대한민국 정치를 맘 놓고 맡길 국민이 과연 몇이나 있겠는가.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래 끊임없이 이어진 정재계의 공생관계 등등 부정·부패는 분명 뿌리 뽑아야 할 것임은 틀림없다. 이를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다만 모르는 국민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 대한민국을 이끌어가고 있는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이 아닌지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말이 있다. ‘자기 눈의 들보는 못 보고 남의 눈의 티는 본다’는 말도 있다. 말은 달라도 의미하는 것은 같다. 쉽게 말해 먼저 ‘자기보기’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헌데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비 오는 날 몽둥이로 두들겨 맞아도 폴폴 먼지 날 것 같은 사람이 오십보, 백보 별 차이 나지 않는 사람을 향해 삿대질하는 꼴이 되어가고 있는 것만 같아 심히 걱정이다.

국민은 소망한다. 대한민국은 간절히 바란다. 거짓말쟁이들이 참말 하는 사람더러 외려 잘못했다고 손가락질하는 나라가 아닌, 비록 소수여도 참말 하는 사람들이 병들어 있는 대한민국을 회복시켜 나가는 공의공도의 나라가 되길 말이다.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고, 대안 없는 비난은 더 큰 불화와 갈등을 조장한다. 소위 대한민국을 이끌어간다는 각계의 지도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대들 또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나아가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나와 함께 이 안에 공존하는 이웃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부디 ‘자기보기’가 먼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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