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 사기] 초나라 항우의 최후 (1)
[사마천 사기] 초나라 항우의 최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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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윤 소설가

 

한왕 유방은 장량을 불러 그의 의견을 물었다.

“제후(한신과 팽월)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소, 어인 일이오?”

장량이 대답했다.

“초나라군의 패배가 확정적인 이 마당에 대왕께서는 한신과 팽월에 대해 상을 내리는 일에 전혀 말씀이 없으십니다. 그들이 군사를 이끌고 이곳으로 와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들에게 아무런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천하를 나눈다는 한 마디만 말씀해 주시면 그들은 곧장 달려올 것입니다. 그들이 합류하지 않을 경우 사태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때 진나라의 동쪽 땅을 한신에게 주고 수양 이북 곡성까지를 팽월에게 주어 그들로 하여금 이 싸움이 바로 자신들을 위한 싸움임을 깨닫도록 하십시오.”

유방은 장량의 건의를 받아들였다.

사자가 곧 팽월과 한신에게 달려가 유방의 말을 전했다. “초나라의 공격에 힘을 합칩시다. 성공하면 진나라의 동쪽 지역은 제왕(한신)께 드리고 수양의 북쪽 지역은 팽상국께 드리기로 되어 있습니다.”

사자가 한왕의 뜻을 전하자 두 사람은 즉석에서 동의했다. “곧장 군사를 동원할 것임을 한왕께 전해 주시오.”

한신은 제나라에서 군대를 일으키고 유가의 군사와 수춘에서 합류하여 성보를 공격한 다음해하에 이르렀다.

그와 같은 시기에 초나라에서 대사마 주은이 초나라에 반기를 들어 구강의 병력을 손에 넣고 유가와 팽월의 군사와 합세하여 해하로 모여들었다.

항우의 군사는 해하에 모였으나 이미 전력은 떨어졌고 식량도 바닥이 나 있었다. 그 시기에 성 주위는 한나라군과 제후들의 연합군에 의하여 완전히 포위당하였다.

그날 밤 항우는 적의 야영지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소리를 듣고 가슴이 뜨끔했다. 노래들은 모두 초나라의 민요였다.

“큰일 났구나. 한나라 군에 포로가 된 초나라 병사들이 저렇게 많단 말인가? 저놈의 노랫소리가 초나라의 병사들을 유혹하는 구나.”

침실에서 뛰쳐나온 항우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항우에게는 한시도 옆에서 떨어지지 않는 애인이 있었다. 이름을 우희라고 했다. 또 추라는 애마도 있었다.

항우는 시 한 수를 읊었다.

‘산을 뽑는 힘/ 천하를 제압하는 기백도/ 이제는 아무 쓸모가 없네/ 추여 너마저 걷지를 않으니/ 아, 우희여 우희여/ 너를 어쩔 수가 없구나.’

항우는 이 노래를 계속해서 불렀다. 우희도 따라서 불렀다. 항왕의 뺨 위에는 주먹같은 눈물이 흘렀다. 가까이 모시는 신하들도 그 앞에서 엎드려 울었다.

항왕은 애마에 올라앉았다. 정예 8백기가 그를 따라 나섰다. 어두움을 타고 포위망을 뚫고 남쪽을 향해 쏜살 같이 내달았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한나라 군은 항우가 도망친 것을 확인했다. 기병 대장 관영이 기병 5천을 이끌고 뒤를 추격했다.

항우는 회수를 건넜다. 따르는 기병도 이제 백여 기에 불과했다.

그는 계속 달려 음릉 부근까지 왔는데 거기서부터는 길을 잘 알 수가 없어 어느 농부에게 물었다.

“왼쪽으로 가십시오.”

농부는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농부의 말대로 왼쪽으로 간 항왕 일행은 늪지대에 빠져들고 말았다. 한나라군의 추격대가 그들을 놓치지 않은 것은 농부의 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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