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선실세’ 최순실(61, 구속기소)씨의 국정농단에 연루된 차은택(48, 구속기소) 전(前) 창조경제추진단장이 1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천지일보(뉴스천지)

차은택, 아프리카픽처스 자금 횡령 혐의만 인정
송성각 “선의로 조심시키기 위해 말 전달한 것 뿐”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문화계 황태자’로 불렸던 차은택(48) 전(前) 창조경제추진단장이 비선실세 최순실(60)씨 등과 공모해 포스코그룹 계열 광고업체 포레카를 뺏으려 한 혐의 등 주요 혐의를 부인했다. 송성각 전(前) 한국콘텐츠진흥원장(58)도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0일 오전 10시 10분 417호 대법정에서 차 전 단장과 송 전 원장 등 5명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차 전 단장과 송 전 원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과 함께 2015년 3월부터 6월까지 포레카를 인수한 컴투게터 대표 한모씨를 상대로 지분 80%를 내놓으라며 협박한 혐의(강요미수)로 재판에 넘겨졌다.

차 전 단장은 검찰이 제시한 공소사실 중 자신이 대표로 있는 아프리카픽처스의 회사 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횡령 혐의는 인정했으나 나머지 혐의는 모두 부인했다. 차 전 단장이 인정한 횡령 혐의는 직원 급여 명목으로 자신의 광고업체 아프리카픽처스의 자금 10억원가량을 허위로 빼돌린 부분이다.

차 전 단장 변호인은 “포레카 인수작업은 이원적으로 이뤄졌다”며 “안종범이나 김영수(전 포레카 대표)의 압박에 의한 인수방법이 하나고 김홍탁(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 대표), 김경태(크리에이티브아레나 대표)의 인수협상에 의한 인수방법이 다른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차 전 단장은 김영수와는 모르는 사이라 김영수의 압박에는 전혀 가담한 바가 없고 김경태와 김홍탁에게 인수협상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나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방법에 의한 협상 절차를 요청한 것”이라며 “강요나 협박하라고 주문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세무조사 운운’한 것과 관련해선 “최순실씨의 말을 그대로 푸념처럼 한 것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송 전 원장도 혐의를 부인했다. 송 전 원장 변호인은 “송 전 원장과 피해자 한 대표는 30년 지기 선후배 사이”라며 “한 대표가 어떤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돼 선의 차원에서 차 전 단장에게 들은 최순실씨의 (한 대표가 포레카 인수를 포기하라는) 말을 전달해 조심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검찰이 제시한 녹취록에 따르면 광고사 지분을 넘기라는 얘기에 한 대표가 거역할 수 없는 선이냐고 묻자 송 전 원장은 막말로 얘기하면 묻어버리라는 얘기까지 나왔고 세무조사를 해서 컴투게더를 없애라고 얘기했다는 말을 전했다.

차 전 단장 변호인은 박근혜 대통령, 최씨 등과 공모해 KT가 차 전 단장의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를 KT 광고 대행사로 선정하게 한 후 68억원 상당의 광고물량을 몰아주게 한 혐의도 부인했다. 차 전 단장 변호인은 “최씨가 대통령을 통해 안종범 수석에게 지시해 성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차 전 단장은 그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2014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 오·만찬’ 관련 용역 수주 과정에서 특정 광고업체를 밀어주고 그 대가로 2억 8000여만원 상당의 영상 제작 용역을 수주한 혐의에 대해서도 “대행업체 선정은 대가 관계가 없었다”며 “수수한 돈은 정당한 용역의 대가다. 알선 대가가 아니다”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차 전 단장은 재판장이 추가 진술 기회를 주자 “변호인이 다 말했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송 전 원장도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그는 원장 취임 전 자신이 대외 담당 임원으로 재직했던 광고제작업체 머큐리포스트부터 직무에 관한 청탁으로 548만원의 뇌물을 받고 원장에 취임한 후 발주 사업자 선정·관리 등 업무를 총괄하면서 원장 직무와 관련해 총 3225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송 전 원장 변호인은 “머큐리포스트에 6년간 근무하면서 공모금을 받지 못하고 원장으로 취임하기 전 증자 대금으로 5000만원을 납입했는데도 보상을 못받았다”며 “이를 회사에 말하니 회사가 보상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 법인카드를 사용하라고 해서 아무 경계심 없이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판에서 포레카 강탈 시도 과정에 가담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측도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또 다른 공모자인 김경태 크리에이티브아레나 대표 측은 공소사실의 기본 사실관계를 다 인정했다. 김 대표 측은 “한 대표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심적 고통을 절실히 깨달았고 미안한 심정”이라며 “다만 피고인의 행위가 다른 피고인들과의 공모가 성립되는지, 강요죄나 협박에 이르렀는지는 재판부가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