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 조작행위 인지… 독일 본사 ‘계속 은폐’ 지시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폭스바겐 고위 경영진이 디젤 차량 배출가스 조작장치 사실에 대해 보고를 받고도 “계속 은폐하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미국 검찰은 밝혔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폭스바겐 인증 담당 책임자 올리버 슈미트(Oliver Schmidt)는 몇 개월 전 런던에서 미국 연방 검찰의 조사를 받았고, 최근 플로리다 주(州)에 휴가차 왔다가 마이애미 국제공항에서 관할 FBI에 체포됐다.

FBI는 미국에서 지난 2014~2015년 3월, 폭스바겐 규제준수실을 이끌었던 올리버 슈미트를 ‘조작장치(defeat device)’를 은폐한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학의 폭스바겐 차량 배출가스 조사 결과 기준치 40배에 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조작장치 존재를 감추고 다른 이유를 대며 미국 환경 당국을 호도한 혐의를 받았다.

앞서 독일 폭스바겐 본사 경영진은 지난 2006년에 개발한 새로운 디젤 엔진이 환경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에 2015년 7월 폭스바겐 본사는 배출가스 문제에 대한 브리핑을 요구했고, 슈미트와 직원들은 이를 보고하고 환경당국에 신고를 할 것인지 감출 것인지를 논의했다.

결국 폭스바겐 경영진들은 미국 환경당국 등이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조작 사실을 인정하기 보다는 은폐하기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폭스바겐 소속의 한 직원이 미국 환경 당국에 조작장치의 존재를 실토하면서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행위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폭스바겐 측은 이번 올리버 슈미트 체포 건에 대해 노코멘트한 상태다. 폭스바겐은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 전까지 법무부의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었다. 미 규제당국과 협상도 마무리 단계였다.

그러나 이번 올리버 슈미트의 체포처럼, 미국 수사당국이 배출가스 조작 관련 범죄를 저지른 개인들에 대한 법정 판단은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폭스바겐그룹 마틴 빈터콘 전 회장 등 12명의 독일 본사 전현직 임원들은 미국 변호사를 선임해 미국 검찰 수사에 대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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