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천지=박혜옥 기자] 최근 가톨릭 교회는 잇단 성추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또다시 가톨릭 사제의 성추문 은폐 의혹에 휩싸였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과거 추기경으로 재임하던 시절, 한 미국인 신부가 청각장애 소년 200여 명을 성추행한 보고를 받고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BBC 등 영국언론들이 26일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미국 밀워키의 로렌스 머피(1926~1998) 신부가 농아 학교에서 1950년부터 25년간 청각장애 소년 200여 명을 성추행했다.

이에 지난 1996년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밀워키 대주교는 해당 신부의 해임을 요청하는 편지를 바티칸에 보냈는데 당시 신앙교리성 장관이던 현재 교황이 이를 묵과했다.

신앙교리성은 바티칸의 검찰청 같은 곳으로 신앙·윤리를 위반한 성직자의 범죄에 대해 옳고 그름을 가려 처벌하는 기관이다.

당시 머피 신부는 신앙교리성 장관이던 교황에게 “난 이미 신께 사죄하고 벌을 받았다. 늙고 병들었으니 성직자로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교황청 대변인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머피 신부가) 당시 고령이었으며 20년도 훨씬 전에 일어난 일이라 굳이 처벌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머피 신부는 교회법은 물론 형법상의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채 2년 후 성직자 신분으로 사망했다.

최근 독일에 이어 미국에서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추기경 시절 사제의 추문을 숨기려 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교황청은 당혹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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