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히젠토 환수위원회’가 출범해 일본 후쿠오카 구시다 신사의 히젠토 소장에 문제를 제기하며 반환 촉구 운동을 펴기로 했다. 사진은 혜문스님이 2006년 구시다 신사를 방문했을 당시 촬영한 칼과 칼집의 모습. (연합뉴스)

명성황후 찌른 칼 후쿠오카 구시다 신사에 보관
환수위 “26일 ‘안 의사 순국 100주기’ 맞아  출범”

[뉴스천지=김현진 기자] 명성황후를 찌른 칼로 알려진 ‘히젠토(肥前刀)’를 한국으로 환수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칼은 1895년 명성황후 시해 사건 당시 경복궁의 황후 침전에 난입한 세 사람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토오 가쓰아키가 사용했으며, 1908년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구시다 신사에 직접 기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6세기 장인이 만든 이 칼은 길이 120㎝, 칼날 90㎝이며 칼집에는 을미사변의 작전명으로 알려진 ‘여우 사냥’에서 따온 듯한 ‘단칼에 늙은 여우를 찌르다(一瞬電光刺老狐)’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또 구시다 신사에는 ‘황후를 이 칼로 베었다’고 적힌 문서도 보관돼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게는 치욕적이자 비극적인 일이다.

이에 2006년 문화재 환수운동 자료조사 과정에서 이 칼을 처음으로 확인한 혜문스님(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총장)을 비롯해 최봉태 변호사, 이용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강보향 불교여성개발원 이사 등 법조계와 종교계 인사들이 주축이 된 ‘히젠토 환수위원회(이하 환수위)’가 26일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를 맞아 출범했다.

환수위는 히젠토가 을미사변으로 발생한 한·일 양국 간의 비극적 업보를 상징하는 만큼 파기되거나 한국 측으로 인도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직 이에 대한 일본의 반응은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최근 하토야마 총리가 비공식적으로 밝힌 과거사 보상 입장을 고려하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만약 일본이 히젠토 환수에 긍정적인 행보를 보인다면 경술국치 100년을 맞은 올해 양국 간의 과거사를 그나마 청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  인다.

또한 위안부 피해자 보상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을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전망된다. 환수위 측은 “히젠토는 범행 도구로 쓰였던 흉기이기 때문에 당시 조선 정부에 압수됐어야 했다”면서 “존재만으로 한일 간 감정 충돌을 유발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일본이 참회하는 차원에서 칼을 한국에 인도해야 한다”고 전했다.

당시 일본은 명성황후가 조선 내 일본 세력이 강화된 것을 우려해 친러정책을 펴면서 압박하자 경복궁에 침입해 살해했다.

26일 조계종 중앙신도회 전법회관에서 출범식을 가진 환수위는 구시다 신사에 환수요청서를 보낼 계획이다. 과연 구시다 신사에서 어떤 답변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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