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에서 집회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 중에서도 핵심을 이룬다. 대한민국 헌법에서도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제21조 제1항)’는 명목 규정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주권을 맡긴 대행자나 그 대행자가 임명한 공직자 등이 위법·부당한 행위를 하거나 국민의사에 반하였을 경우 주권자인 국민이 나서서 잘못을 지적할 수 있고, 정당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이것이 곧 민주주의의 근간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광화문 일대를 비롯한 전국에서 거대한 촛불민심이 타올랐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명령)’이 주도한 이 행사는 주말마다 이어졌고 열기가 고조돼왔다. 해를 넘겨 1월 7일에도 서울 광화문에서는 주최측 60만(경찰 추산 2만 4천명)이 모여 엄중한 국민목소리를 냈다. 퇴진명령은 지금까지 총11회 촛불집회 참석 연인원이 약 1067만 5250명(경찰 추산 173만 1500명)이라 밝힌바 있는데,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서울광화문에서만 170만명이 넘는 촛불민심들이 성숙한 시위문화를 보여줘 세계의 이목을 받기도 했다.

반면, 보수성향단체 50여개가 모인 ‘대통령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맞불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참석 인원에서 촛불집회에 밀린 듯한 경향을 보이더니 지난 주말에는 총집결한 인원이 주최측 추산으로 100만명(경찰 추산 3만 7천명)이 넘었다는 발표를 내놓았다. 한편은 대통령 탄핵 찬성이고, 다른 한편은 탄핵불가로 주장 내용과 집회성격이 서로 상반되다보니 촛불집회의 퇴진명령 측과 맞불집회의 탄기국 측이 자체행사 참석 인원과 경찰의 추산 인원 발표에도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실 주최측과 경찰 추산 인원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지난 7일 서울의 참석인원만 비교해 봐도 촛불집회에서 ‘퇴진명령’은 60만명인데 비해 경찰은 2만 4천명으로 무려 25배 차이다. 맞불집회에서도 ‘탄기국’은 100만, 경찰 추산은 3만 7천명이니 이 역시 27배나 차이가 난다. 조사방법상 차이가 있을 수 있겠으나 격차가 많은 참석인원 발표는 객관적 입장의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에서 집회결사의 자유는 신성하다. 하지만 뜻이 다르다고 상대를 비판하고 세 대결로 반대세력을 제압하려는 것은 시위의 진정성에 어긋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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