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혐의의 쟁점인 삼성 수뇌부에 대한 특검이 시작됐다. 삼성이 비선실세였던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2018년까지 승마협회 지원명목으로 약속했던 금액은 220억원이었다. 이미 지급된 금액은 80억원이었고, 지난해 한 일간지 보도 후 해당 계약을 파기하면서 지원은 중단됐다.

온 국민이 최순실 국정농단에 가장 분노하는 이유 중 하나는 대통령을 등에 업은 최씨 모녀의 인면수심 갑질과 여기에 권력자들이 동조했다는 사실이다. 일반 가정에서는 대학 수험생이 집에 있으면 온 집안의 공기마저 바뀔 정도로 전쟁을 치른다. 그런데 누군가는 대통령을 등에 업고 명문대에 떡하니 들어간 것도 모자라 출석도 제대로 하지 않고 학점을 받고, 온갖 특혜는 다 받았다니 분통이 터지는 것이다. 최씨 모녀로 인한 피해자가 내 자식이 될 수도,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더 참을 수 없게 하는 것이다.

대통령을 등에 업은 최순실 모녀의 막돼먹은 행태도 화가 나지만, 정경유착 정황이 짙은 삼성에 대한 실망감도 감추기 어렵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수많은 대기업이 과거에 그랬듯 청와대 요청을 수락했다. 그중에서도 삼성은 차원이 달랐다. 삼성과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은 삼성 창업자 이병철 회장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연부터로 거슬러 올라간다. 권력의 유용성을 알았던 이 전 회장이 당시 최진립 장군의 후손에게 증여받은 영남대학교를 당시 최고 권력자 박정희 대통령에게 바친 이후 두 사람은 남다른 인연을 맺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특검과 관련해 삼성은 청와대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었던 피해자라고 하지만 피해자인지 수혜자였는지는 특검 결과를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삼성은 국민연금의 동의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라는 거대 이익을 얻었다. 그리고 이 모든 중심에 최순실씨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최씨 모녀에 대한 지원은 삼성으로선 푼돈이었을 것이다. 삼성이 이번 특검에서 박근혜-최순실의 부역자라는 일부의 비난을 피할 수 있을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대단한 변호사와 브레인으로 꽉 차서 어쩌면 또 피해갈지는 모르겠으나, 삼성家에 정경유착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눈총만은 피할 수 없을 듯싶다. 나쁜 피는 걸러내지 않으면 수많은 병을 유발해 결국 생명을 앗아간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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