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자녀에게 지나친 물질적 풍요를 제공하는 부모들이 있다. 왜 그럴까? 내 아이만은 부족함 없이 모든 것들을 갖추어 주겠다는 부모의 바람과 욕구 때문이다. 이러한 마음의 이면에는 자신이 어릴 적 늘 부족했다고 느꼈거나 혹은 풍족한 아이에 대한 부러움을 강하게 느꼈거나 하는 등의 콤플렉스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러한 콤플렉스를 아이를 통해 해소하고자 하며, 내 아이에게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넘겨주지 않겠다는 심리적 동기가 있다. 또한 우리사회 전반에 팽배한 경쟁주의 및 남들과 비교하는 분위기도 한 몫 작용한다.

이렇게 넘치도록 많은 물건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까? 쌓인 물건들을 보면서 무엇인가 부족함이 없고 풍족하다는 느낌과 함께 우리 부모님이 나에게 넘치는 사랑을 준다고 생각하면 긍정적인 면이다. 그러나 자신은 특별하다는 우월감과 함께 부모님이 자신을 위해 많은 물건들을 사 주는 것을 지극히 당연하게 여기는 식의 이기적인 마음이 자라난다면, 이는 부정적인 면이다. 물론 둘 다 느낄 수도 있다. 어느 쪽의 영향이 더 큰가 여부가 관건이다.

이제부터 부모는 항상 적당한 결핍을 염두에 둬야 한다. 아이가 장난감을 좋아한다고 해서 다 사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의 장난감들 중에서 한 개만 고를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즉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없음을 인식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족함을 견뎌내고 받아들이는 능력을 키워주어야 한다. 필요한 물건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아이의 기호를 존중하되 부모의 판단도 가미돼야 한다. 예컨대 아무리 아이가 로봇 장난감을 좋아한다고 할지라도 집에 이미 여러 개의 로봇 장난감이 있다면 더 이상 사주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생일, 어린이날, 설, 추석, 성탄절 등의 기념일에만 장난감을 사주고, 그 밖에는 부모와 아이 간의 사전 약속에 의해서 물건을 사줄 수 있다. 예컨대 시험 성적이 오르거나 지정한 책을 다 읽으면 보상의 차원에서 원하는 물건을 사준다는 식, 즉 일종의 계약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에게 바람직하고 올바른 행동을 가르치고 심어 주기 위한 보상으로서 물건을 이용하는 것이다. 일종의 ‘긍정적 강화 요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이가 특별히 원할 때가 있지만, 이 경우에도 한 번에 사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지속적으로 원하면서 자신이 가져야 할 이유를 부모가 납득해야 사 주는 것이 좋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부모를 설득하는 능력, 자기주장 능력, 논리적 언어 능력, 끈기 등을 키워 나갈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한 다음에 곧바로 물건을 얻는 것보다는 자신의 바람을 부모에게 먼저 말한 다음에 충분한 대화를 거쳐서 많은 시간이 흐른 다음에 물건을 얻는 것이 보다 더 바람직하다. 즉 자신의 노력에 의해서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원하는 물건을 얻게 만들어야 아이에게 성취감, 인내력, 뚝심, 물건에 대한 소중함 등을 심어줄 수 있다.

처음에는 무척 갖고 싶었던 물건이라고 할지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별로 필요가 없어지거나 혹은 갖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수도 있는데, 이와 같은 경험을 통해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감정이나 욕구의 변화도 자연스레 깨달을 수 있다. 물건의 소중함도 깨닫게 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의 관리 소홀로 인한 파손, 변형, 분실 등이 생겨날 때 다시 사 줄 수 없음을 미리 알려준다. 아이는 물건을 소중하게 다루고 잘 보관하면서 사용할 것이다. 혹시 싫증이 나더라도 아무렇게 치워 두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장소에 잘 보관하게끔 한다. 그리고 내가 얼마만큼 사용하고 얼마나 필요한지 미리 충분하게 생각한 다음에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는 계기로 활용한다.

돈을 주고 사야 하는 대상으로는 많아도 되는 것이 거의 없다. 딱 필요한 만큼 혹은 약간 부족한 정도가 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많아도 되는 것은 엄마의 정신적 사랑이요 아이의 자존감이지 엄마의 물질 공세나 아이의 소유물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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