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환 통일교육문화원 평화교육연구소장

 

마이클 볼튼이 부른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When a Man Loves a Woman)’라는 노래는 대단히 매혹적이다. 리듬 앤 블루스 장르에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허스키 보이스, 절규하듯 한 고음에 아름다운 노랫말은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노랫말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는 마지막 남은 동전까지 다 써버려요. 한편 생각하면 정말 바보 같은 남자지만, 삶을 살면서 사랑에 미쳐보지 못한 남자는 진실과 추억에 대한 얘기조차 할 수 없는 진짜 바보가 된답니다.” 더하여 남자가 한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할 때면, 그 여자의 단점까지도 모두 감싸게 된다고 노래한다. 도무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여자라면, 단점과 그릇된 행동까지 참아내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노래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했다는 성경에서도 “하나님은 사랑이시다”라고 한다.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 어느 때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만일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느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고 그의 사랑이 우리 안에 온전히 이루느니라.”

사랑하라는 것은 하나님의 명령이고,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게 된다는 뜻일 테다. 이 말씀을 반대로 하면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하나님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이요, 하나님의 사랑이 거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니 언제나 갈등과 대립 그리고 증오만이 더할 뿐이다.

사람과 사람, 남자와 여자가 사랑해야 하듯이 남한과 북한도 서로 사랑해야 한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분단된 남북한이 서로를 품어야 할 때이다. 그러지 않고 계속해서 생체기를 내게 되면 파국이 있을 뿐이다. 한때의 아픔을 이겨내고 이젠 사랑으로 나아가야 한다.

연인끼리도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면, 다시 하나가 되기 쉽지 않다. 크게 싸우고 상처를 주고받았다면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연인 간에든 이웃 간에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서로 대화의 물꼬를 틀수 있다. 남북이 분단된 지 1945년을 기준으로 하면 72년째이다. 사람으로 치면 노인이 된 나이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사랑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남녀 간의 다툼을 비롯하여 이웃 간에 남북 간에 다툼이 났다면 과연 누가 먼저 포용하고 용서해야 하는가? 생각건대 일일이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비교적 강자가 먼저 약자를 포용해야 하는 게 사랑이 아닐까. 곤한 자보다는 부한 자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여자보다는 남자가 먼저 포용해야 한다. 그것은 결코 패배가 아니라 서로가 승리하는 길이다.

남북한도 마찬가지다. 어느 면으로 보나 우리가 북한보다 형님이고, 부(富)하고, 남자의 입장이다. 남한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북한이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형님이 조금 불량한 아우를 포용하듯이 먼저 다가가야 한다. 한때 크게 싸워서 소원해졌더라도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듯이 다시 끌어안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강자이다. 한데 누가 더 자존심이 세냐를 가늠하고 경쟁해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인생의 진미도 아니다. 누가 먼저 가슴을 열고 상대방에게 손을 내미느냐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야말로 최후에 웃는 자가 돼야 한다. 이러하듯 남북관계도 우리가 먼저 가슴을 열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

2017년은 정유년 닭의 해다. 아직 신년 초라 닭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역학에서는 10간을 오행에 따라 색깔로 나눈다. 정유년의 ‘정(丁)’은 붉은 색 ‘유(酉)’에 해당됨으로 ‘붉은 닭의 해’라 부른다. 붉다는 것은 밝다는 뜻도 되지만 열정을 뜻하기도 한다. 예로부터 닭은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고, 새벽을 깨우는 동물이다. 그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닭은 항상 알을 품는다. 밤을 지나 새벽이 올 때까지 알을 품는데, 어떠한 조건이 있는 게 아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알을 품는다. 조건이 없이 베푸는 것이 위대한 사랑이다. 남북한의 문제도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처럼,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는 것처럼, 닭이 밤새도록 알을 사랑하는 것처럼 그렇게 풀어나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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