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1차 주말 촛불집회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생존자 학생들을 껴안아주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11차 촛불집회 “朴 내려오고 세월호 올라오라”
미수습자 가족 “마지막 한 명까지 가족 품으로”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저희는 구조된 게 아닙니다. 스스로 탈출했습니다. 배가 기울고 머리 끝까지 물에 잠겼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배 안에 있다고 구조해달라고 직접 요구했지만, 그들은 무시하고 지나쳤습니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 2학년 1반 장애진씨는 세월호 참사 1000일을 2일 앞둔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1차 촛불집회에 참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이날 촛불집회는 세월호 참사 생존자들이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발언하는 자리가 됐다. 

장씨는 “3년이 지난 지금 많은 분들이 ‘지금쯤이라면 무뎌지지 않았을까’ ‘지금은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친구들이 보고 싶어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밤을 새고, 꿈에 나와 달라고 기도하며 잠이 든다”며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먼 곳에 있는 친구가 원망스럽다가도 그 물 속에서 나만 살아나온 게, 친구와 함께 있어줄 수 없는 게 미안하고 속상할 때가 많다”고 울먹였다.

이어 “저희는 당사자이지만 용기가 없어 비난 받을 게 두려워 숨었다. 그러나 용기를 내 나중에 친구들을 만났을 때 보기 부끄럽지 않게 너희와 우리를 멀리 떨어뜨린 사람들을 책임지게 하고 죗값 치르게 하고 왔다고 말하고 싶다”며 “너희를 만나는 날이 올 때 우리를 잊지 말고 18살 그 시절 모습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생존자들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향해 “저희만 살아남아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과 각 반 대표 유가족 부모들이 무대로 올라와 아이들을 꼭 끌어안고 위로했다.

각 반 대표 유가족 부모와 전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1000일 동안 함께 슬퍼하고 행동해 주신 국민에게 감사를 전했다. 2학년 9반 임세희 아빠 임종오씨는 “지금 이 자리에 계신 많은 국민 여러분이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시고 행동해 주셨기 때문에 오늘의 이 자리가 있을 수 있었다”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우리 아이들을 보며 많이 울었는데 이제는 우리가 밝혀야 할 진실이라는 목표가 있어서 주저하지 않는다. 끝가지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2학년 8반 지상준 엄마 강지은씨는 “제발 우리 아이들 참사 3주기가 오기 전에 다 밝혀질 수 있도록 깨어나 주시고 힘을 보태주고 행동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을 지켜보던 일부 집회 참석자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끝까지 함께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임소희(24, 여)씨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박근혜는 304명의 고귀한 생명을 그 차디찬 바다에 수장시켜 놓고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잘못이 없다고 말하는 데 , 살아남은 아이들이 죄송하다고 눈물을 흘린다. 정말 기가 막힌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미수습자 가족 2학년 2반 허다윤 아빠 허흥환씨도 무대에 올라 “아직 팽목항에는 가족을 기다리는 가족이 있다. 가족을 찾아달라고 울부짖고 있다. 아직 세월호에는 9명의 사람이 있다”며 조은화·허다윤·박영인·남현철·양승진·고창석·권혁규·권재근·이영숙씨의 이름을 외쳤다. 이어 허씨는 “마지막 한 명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그 약속을 반드시 지켜달라”고 말했다.

이날 유가족으로 구성된 4.16합창단과 평화의나무합창단은 ‘네버엔딩스토리’와 ‘그날이 오면’을 합창하며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아픔을 전하고 서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가수 이상은씨는 ‘어기여디어라’ ‘새’ ‘언젠가는’이라는 노래로 유가족을 격려했다.

본 집회 후 세월호참사 유가족과 집회 참석자들은 희생 학생들의 영정과 학생들이 1학년 때 찍은 단체 사진을 앞세우고 청와대로 행진했다.

한편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는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앞두고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오라’는 제목으로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퇴진행동에 따르면 이날 광화문광장엔 50만명이 운집했다.

퇴진행동은 ▲세월호 1000일을 맞이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박근혜 대통령 강력한 규탄과 즉각 퇴진 ▲박 대통령 없는 박근혜 체제 수장 황교안 권한대행 사퇴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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