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들이 6일 경기도 안산시 4.16 기억교실에 방문해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답답·분노·불신에 쌓인 유가족
온전한 진상규명 ‘관심’ 호소

분향소·기억교실 찾는 사람들
“미안해, 반드시 기억할게”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날짜가 흐르면 흐를수록 더 힘들어요. 여기(가슴)가 아파서 숨을 못 쉬겠어요. 만지지도 못해요. 다들(세월호참사 희생자 부모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하고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속에 응어리가 져서….”

세월호 참사(2014년 4월 16일)가 일어난 지 1000일이다. 1000일을 3일 앞둔 6일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았다. 합동분향소 한쪽에 자리한 유가족 대기실에서 만난 2학년 6반 권순범 엄마 최지영씨는 “어떤 마음인지 표현을 못 하겠다. 기가 막혀서 입이 닫힌다. 사고 전엔 장사를 해서 말도 많이 하고 했는데 요즘에는 할 말을 잃었다”며 가슴을 쳤다.

최씨는 “답답하다”는 말을 연신 내뱉었다. 1000일 동안 아이들 죽음에 관한 진실을 밝히고, 그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지만 변한 게 없기 때문이다. 최씨는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고 말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서운한 감정을 느낀다”며 “대규모 집회는 이번 집회(11차 촛불집회)로 끝난다는 말도 나오는데 아직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진실을 밝혀지지 않았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내려오지 않고 버티고 있고, 관련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모든 것이 바로잡힐 때까지 관심을 가져주고 함께 힘을 모아줬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 세월호참사 1000일을 3일 앞둔 6일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국민도 여전히 세월호참사 희생자들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 2014년 4월 23일 경기도 안산시 올림픽기념관의 임시 합동분향소를 시작으로 같은달 29일 안산 화랑유원지로 옮겨진 세월호참사 희생자 분향소에는 현재도 하루 평균 200명의 조문객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 7살 난 딸과 함께 합동분향소를 찾은 박선희(39, 경기도 안산시)씨는 “세월호 사건이 아직 기억에 생생하다”며 “제대로 꽃 피우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아이들을 위로하고,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대한민국을 바꾸는 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는 마음으로 분향소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합동분향소에서 단원고등학교를 지나 ‘4.16 기억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4.16 기억교실은 단원고와 1.3㎞ 떨어진 안산교육지원청 별관 1~2층에 2학년 학생들이 사용했던 책상과 의자, 사물함, 교탁 등을 그대로 옮겨 놓은 곳이다. 책상에는 유가족과 참사 생존자, 지인 등이 가져다 놓은 사진과 선물, 편지 등이 가득했다. ‘한국 교원대 가자’라는 문구를 책상에 붙여 자신의 미래를 계획했던 2학년 4반 김정현군의 꿈은 이뤄지지 못한 채 기억교실을 방문한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 세월호참사 1000일을 3일 앞둔 6일 경기도 안산시 4.16 기억교실 2-4 남지현양의 책상. ⓒ천지일보(뉴스천지)

아이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리운 마음을 담아 책상에 놓인 수첩에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2학년 2반 남지현 언니 남서현씨는 ‘지금이라도 이게 다 꿈이라고 누가 좀 깨워줬으면 좋겠다. 우리 막내 해 주고 싶은 것도 많고 같이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이 수많은 시간들을 또 어떻게 버텨가지. 안 울려고 했는데 너무 슬프다. 만지고 싶어 우리 동생… 언니가 너무 사랑해 꿈에라도 나와 줘. 사랑해’라는 글을 썼다. 2학년 4반 강승묵 엄마 은인숙씨는 ‘엄마 잘 하고 있는 것 맞지? (생략) 이런 일이 왜 엄마와 너에게 있는 걸까. 세상이 참 야속하고 밉다. 엄마 믿지 꼭 밝히고 말 거야’라는 글로 아들을 잃은 슬픔과 진실규명을 위한 다짐을 남겼다.

추모객들은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편히 쉬세요’ 등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날 기억교실을 방문한 강대성(43, 경기도 고양시)씨는 “꼭 와야 하는 곳이다. 아이들의 사진과 자취를 보니까 살아있었던 아이들이라는 것이 더욱 마음에 다가온다”며 “2017년에는 반드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특조위(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가 반드시 부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수능을 치른 강태연(19, 여, 경기도 수원시)씨는 “늦었지만 고3 수험생활을 마치고 나보다 한살 많은 언니·오빠들을 보기 위해 왔다. 얼굴을 보고 가족들이 남긴 메시지를 보니 단순한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이들의)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기억교실은 4.16안전교육시설이 건립되면 교육시설 내 추모공간으로 다시 한 번 이전해 영구 보전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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