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패신저스’. (제공: UPI코리아)

우주 전문가 등장하는 SF블록버스터와 달라
평범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재난에 닥치면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드라마틱하게 다뤄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우주선으로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먼 미래. 지구에서는 개척 행성으로 떠나 새 삶을 사는 여행상품이 유행하고 있다. 개척지에서 삶을 바꿔보고자 하는 이들이 큰 비용을 투자해 이주를 계획한다. 초호화 우주선 아발론 호는 여행자 5000명, 승무원 258명을 태우고 터전Ⅱ로 떠났다. 탑승객 중에는 새로운 땅에서 엔지니어로서의 삶을 꿈꾼 ‘짐 프레스턴(크리스 프랫 분)’과 250년 후의 삶을 소설에 담기 위해 떠난 뉴욕에서 잘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 ‘오로라 레인(제니퍼 로렌스 분)’도 포함됐다.

탑승객 전원은 120년 동안 동면 상태로 여행하다가 도착 4개월 전 깨어나 이주에 알맞은 적응 교육을 받도록 프로그래밍 돼 있다. 어느 날 ‘짐 프레스턴’은 기계 결함으로 90년 먼저 동면에서 깨어난다. 동면기를 고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애써 보지만 불가능하다. ‘짐 프레스턴’은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영화를 보고, 혼자서 춤을 춘다. 그러기를 1년 무료한 삶이 계속되고 급기야 사무치는 외로움에 해서는 안 될 짓까지 하게 된다.

그동안 우주 세계를 다룬 영화는 많았다. 대표적으로 ‘그래비티(2013)’ ‘마션(2015)’ ‘인터스텔라(2016)’ 등에선 과학자와 우주인 등 우주 전문가들이 등장해 관객들을 미지의 우주 세계로 인도했다.

▲ 영화 ‘패신저스’. (제공: UPI코리아)

반면 영화 ‘패신저스(감독 모튼 틸덤)’는 평범한 사람이 우주 재난에 맞닥뜨렸을 때 변화하는 내용을 드라마틱하게 다뤘다. SF 블록버스터 보다 인간의 양심과 이기심에 집중한 것이다. 인간이 폐쇄된 공간에서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해 이루고자 했던 꿈이 산산 조각나면서 얼마나 불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이해하기 어려운 방대한 지식을 나열하지 않고 실제 그 공간에서 인간이 겪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다.

방대한 우주 공간에 두 남녀의 알 수 없는 미래라는 설정과 인간이 겪는 근본적인 고뇌를 말하는 것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유일한 희곡으로 제작된 연극 ‘인간’과 닮았다.

두 작품은 모두 그럼에도 인간은 살아야 하고 가치를 존속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고 SF적인 요소가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아발론호는 우주판 타이타닉호라고 불릴 정도로 화려함을 자랑하며, 고전적이면서도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시설을 갖췄다. 주인공들이 우주복을 입고 우주선 밖으로 나가 광활한 우주를 감사하는 장면은 그 우주복을 입고 싶을 정도로 우주의 모습이 포근하고 아름답다.

또 상체는 사람의 모형이지만 하체는 로봇인 바텐더 ‘아더’는 연기파 배우 ‘마이클 쉰’이 맡았다. 그가 보여준 ‘아더’는 관객들의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했다. ‘짐 프레스턴’과 ‘오로라 레인’의 유일한 말동무가 돼 줬으며, 감정이 없는 로봇으로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배우의 연기가 부족했다면 아예 CG 처리 돼야 할 캐릭터였지만 ‘마이클 쉰’ 덕분에 연기력과 기술력이 조합된 ‘아더’라는 캐릭터가 완성됐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손에 꼽힐 정도로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 두 배우에게 오로지 집중하게 된다. 그만큼 화려한 대작에서 연기력을 입증한 배우들의 역할이 크다. 22세라는 어린 나이에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손에 거머쥔 배우 제니퍼 로렌스는 ‘오로라 레인’으로 분해 열연했다.

▲ 영화 ‘패신저스’. (제공: UPI코리아)

그동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쥬라기 월드’ ‘매그니피센트 7’ 등에서 개성 강한 캐릭터를 소화한 크리스 프랫은 이번 영화에서 ‘짐 프레스턴’으로 분한다. 강인한 액션으로 마초를 선보였던 그는 90년 일찍 깨어난 후 고군분투하지만 외로움으로 이내 좌절하고 내면과 갈등하는 ‘짐 프레스턴’을 연기한다. 두 배우의 연기력이 드러나는 것은 단연 내부 중력 소실 장면이다.

‘짐’과 ‘오로라’는 우주선 이상 결함으로 갑자기 무중력 상태로 들어가게 되고 생명의 위협에 처하게 되는데 여기서 두 배우의 명연기가 펼쳐진다. 특히 ‘오로라’가 개인 수영장에서 수영하다 중력이 소실되는 장면은 보는 사람이 답답할 정도로 실감이 난다. 이 장면에 대해 제니퍼 로렌스는 “출연했던 모든 영화를 통틀어 가장 힘든 장면이었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긴장감이 넘치는 SF블록버스터를 기대했다면 이 영화가 실망스러울 수 있다. 예상되는 사건과 결말이지만 영화는 먼 훗날 실제로 이 같은 일이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상상력을 북돋워 준다. 첨단과학 영화에 머리 아팠던 영화팬이라면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 ‘패신저스’는 4일 개봉해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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