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새로운 교계 연합기구인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가 오는 9일 출범할 예정이다. 개신교 선교역사 130년 만에 최대 연합단체라며 교계 신문이 떠들썩하게 홍보하는 것과 달리 내부는 벌써부터 분열조짐이다. 지금의 분위기대로라면 기존 연합단체의 통합기구가 아닌, 제4의 연합기구로 남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일단 보이는 한교총의 몸집은 역대급이다. 한국교회 장자교단이라 불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부터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독교한국침례회 등 몸집 큰 교단이 대거 참여한다. 여기에 이단 문제로 한기총을 탈퇴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도 가세한다. 

취지도 나쁘지 않다. 한국교회의 해묵은 과제인 ‘연합과 일치’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출범 소식과 함께 교단 내부에서 반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1호로 한교총에 가입한 기독교대한감리회는 목회자 그룹을 중심으로 ‘감리교단 내부의 의견 청취 과정 없이 결정된 감독회장의 일방적인 전횡’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한교연은 한교총 출범 논의에 대해 불쾌감을 표했고, 한기총 소속 중소교단들 역시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억지로 묶어둔다고 정말 연합이 되고 일치가 되겠는가 싶다. 

500년 전 종교개혁을 표방한 마르틴 루터는 ‘오직 성경’을 외치며 가톨릭 지도자들의 성경적 신앙회복을 강조했다. 현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부패상은 헌금강요와 음란 행위로 타락의 첩경을 걸었던 종교개혁 당시 가톨릭 수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렇듯 본질이 바뀌지 않은 목회자들의 이합집산(離合集散)에 모두가 별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 했고,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 했다. 자신도 다스리지 못하는 이들이 아무리 많이 뭉친다한들, 무엇을 다스리고 무엇을 이룰 수 있겠는가. 진정한 연합과 일치, 나아가 개혁을 이루려면 목회자와 교단이 ‘오직 성경’ 중심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며 변화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연합·일치를 외치며 출범하는 역대급 교계 연합기구 한교총이 출범도 전에 내부 연합도 되지 않아 파열음을 내고 있으니 큰 기대는 애초에 하지 않는 것이 나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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