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새해라 해서 뭔가 ‘정말 새로운 것’이 많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말의 대통령 탄핵정국 후유증이 그만큼 컸던 때문일 것이다. 단순히 대통령 탄핵사태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을 보노라면 정말 억장이 무너졌던 국민들이 많았을 것이다.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어떻게 지난 3년 반의 국정을 이렇게 농락했단 말인가. 이런 점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보다 자괴감이 더 컸던 시간이었을 것이다. 세계 역사에서도 유래를 찾기 어려운 연인원 1000만명이 넘는 전국 각지의 촛불은 그 저항이며 분노의 목소리였던 셈이다.

시대교체, 이젠 역사적 소명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크게 보면 한 시대가 끝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토록 염원했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의 유업을 부활코자 했던 시도가 국민의 촛불로 실패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박정희 패러다임의 종언’이라고 했던 내용이다. 그 종언의 계기마저 국민이 직접 광화문광장에 촛불을 들고 나섰다는 점에서 분명 한 시대의 끝과 시작을 말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역사를 만드는 주체는 결국 국민, 그것도 행동하는 국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는 19대 대선이 예정돼 있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언제쯤 종결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르면 5월쯤 조기 대선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헌재도 국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마냥 늘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기 대선까지 가시화 될 경우 2017년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중대한 분수령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국내외의 정세가 그만큼 엄중하고 심대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정국을 어떤 콘텐츠로 관리하느냐, 그리고 그 결과물로 차기 대통령으로서 어떤 인물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기로에 서있는 형국이다.

물론 대통령을 누굴 뽑을지는 일단 국민의 판단에 맡기자. 그러나 대선정국을 관리하는 콘텐츠만큼은 정치권에서 더 풍부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개헌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결선투표제와 선거제도 등도 어떻게 바로잡을지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대선정국의 유불리만 따지면 아무 것도 못한다. 정략에 빠지면 국익보다 사익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시간이 없다고 회피해서도 안 된다. 시간이 아니라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지난 반세기의 구체제가 붕괴하고 있는 시점이다. 단순히 대통령 선거만 고민할 때가 아니라는 뜻이다. 국민이 만들어준 광장의 함성과 촛불의 외침을 당리당략으로만 왜곡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대선을 넘어 한 시대를 교체하는 신기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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