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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속으로] ‘명예의 허상’이 된 체육훈장
뉴스천지  |  newscj@newscj.com
2017.01.05 18: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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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지난 2014년 상영된 미국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American Sniper)’는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의 전설적인 저격수를 다룬 실화였다. 필자도 특전사 장교출신이라 큰 관심을 갖고 영화를 관람했다.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크리스 카일은 2009년 전역한 후 자서전 ‘아메리칸 스나이퍼’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변신했는데, 영화배우 출신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으로 메가폰을 잡고 같은 제목의 영화를 만들어 ‘대박’을 터뜨렸다.

1999년 네이비실 요원이 된 카일은 모두 4차례 이라크에 배속돼 많은 전투에 참가하며 무훈을 세웠다. 2008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외곽 전투에서 카일은 1920m 거리에서 반군저격수를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가장 치명적인 저격수(The Deadliest Sniper)’라는 별명을 얻은 그에게 반군은 8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일의 공식 저격기록은 160명이지만, 비공식 기록은 255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런 그에게 많은 훈장이 수여됐다. 군복무기간 은성무공훈장 2개와 동성무공훈장 5개 등 모두 7개의 훈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 USA투데이 등 미언론은 지난해 5월 그가 받은 훈장 수는 사실과 다르다고 보도한 바 있었으며 최근에는 그의 훈장 서훈에 대한 의문을 처음으로 폭로한 군정보 관련 전문매체 더 인터셉터는 조사 결과 은성무공훈장 1개와 동성무공훈장 3개 등 모두 4개만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영화가 개봉되기 1년 전인 지난 2013년 사격장에서 카일은 절친한 친구와 함께 퇴역해병대원이 쏜 총에 맞아 피살돼 그의 훈장의 진실은 미스터리로 남았다.

정유년 벽두에 이 영화가 생각난 것은 정부가 지난해 말 체육훈장 등 그동안 각종 훈장을 받은 사람 중 일정 기간 이상의 징역·금고형을 받은 36명에 대한 서훈을 한꺼번에 취소했기 때문이다. 정부 상훈법에 따르면 훈포장을 받은 인물에게 3년 이상 징역이나 금고형이 확정되면 소관 부처가 서훈 취소를 요청하고 국무회의의결로 취소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정치적인 행위로 치부돼 유명무실한 조항으로 방치하다 지난해 상반기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 뒤늦게 대대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번 서훈 취소 명단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씨,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강신성일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 등 정·재계 인사들이 포함됐다. 이들은 체육과 관련된 활동으로 명예로운 훈장을 받았으나 국민적 비난을 받으며 징역형을 받고 그동안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가 이번에 훈장이 취소됐다. 

1987년 새마을중앙운동본부 회장 자격으로 새마을 훈장자립장을 서훈했던 전경환씨는 1989년 횡령 등 혐의로 7년 징역형이 확정된 지 27년 만에 서훈 자격을 상실했다. 정태수 전 한보 회장은 서울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 때 대한하키협회장으로서 하키가 국위선양을 하는 데 이바지한 공로로 체육훈장 맹호장과 청룡장을 수여받았다가 1991년 뇌물공여 등으로 징역 3년이 확정됐지만 훈장 2개를 25년간 보유했었다. 대한축구협회장을 역임한 최순영 전 신동아 회장은 한국축구가 우승을 차지한 서울아시안게임 직후 체육훈장 맹호장을 수여받았으나 2006년 횡령 등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10년 만에 훈장이 취소됐다. 최태원 SK 회장은 2012년 대한핸드볼협회장으로 핸드볼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체육훈장 거상장을 받았으나 2014년 횡령 등으로 징역 4년이 확정돼 서훈이 취소됐으며, 강신성일 전 의원은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유치에 공헌하며 체육훈장 맹호장을 수여받았다가 2005년 금품수수로 징역 5년형이 확정돼 서훈이 상실됐다.

한때 명예를 상징했던 훈장이지만 자격을 상실하면 한낮 ‘쇳덩이’에 불과하다. 훈장은 ‘노블리스 오블리제’을 실천하며 명예로운 삶은 산 이들에게 수여하는 게 당연하다. 그동안 체육행정을 우대해왔던 정부는 앞으로 엄밀한 잣대로 훈장을 수여해야 한다. 훈장이 전설적인 저격수 크리스 카일과 국내 유명 인사들과 같이 개인적인 욕망이나 사회적 명망을 충족시키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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