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보건기구 “매년 전 세계 70만명 이상 사망”
OECD “대한민국 항생제 처방 건수 가장 많아”
의료종사자 “환자 항생제 사용에 잘못된 인식”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항생제의 오남용이 부른 ‘슈퍼박테리아’ 감염환자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어 우려되는 가운데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국내 항생제 사용량이 높아 내성균 발생에 취약하다.

‘슈퍼박테리아’는 항생제에 내성이 생겨 강력한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박테리아다. 박테리아는 신약 개발,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에 활용되면서 좋은 일을 많이 하지만 이 슈퍼박테리아는 몸 안의 내성균에 문제를 일으킨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70만명 이상이 항생제 내성균 감염으로 사망한다. 지난해 5월 발표된 영국 정부의 보고서에서는 오는 2050년이 되면 항생제 내성으로 매년 1000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측했다.

질병관리본부(질본)는 2011년 이후 국내에서 수집한 대장균·폐렴막대균 등 장내세균 9300주 중에서 콜리스틴 항생제에 죽지 않는 3주의 세균을 발견했다. 지난해 국내서도 신종 ‘슈퍼박테리아’ 감염자가 나타났다. 질본은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된 환자에게서 장내세균을 치료하는 항생제 콜리스틴에 내성을 가진 장내세균 mcr-1이 발견됐다고 지난해 12월 밝혔다.

국내 감염 환자는 여러 가지 항생제를 같이 사용하는 치료법으로 현재까지 살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명 ‘최후의 항생제’로 불리는 콜리스틴 항생제는 감염증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항생제다. 현재까지 의료계에서 쓰이는 가장 강력한 항생제다. 이 항생제는 장내 감염증 치료에 사용되는데 강력하고 부작용이 많아 ‘마지막 수단’으로 쓰인다. 콜리스틴에도 내성이 생기면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는 극히 제한된다. 감기 같은 병에 항생제를 자주 사용하면 병원균이 저항하는 내성을 기르게 되므로 항생제의 약효가 점차 듣지 않게 되면서 정작 중요한 병에 걸렸을 때 치료가 어려워진다.

국내의 경우 다른 선진국에 비해 항생제 사용률이 많아 부작용이나 내성 발생에 취약하다.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1000명 가운데 31.7명이 매일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2개국의 평균 23.7명보다 높은 수치로 항생제 처방 건수가 OECD에서 가장 많다. 일부 잘못된 지식으로 항생제의 남용이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직장인 김강훈(27, 남, 서울 종로구)씨는 “감기에 걸렸을 때 항생제를 많이 챙겨먹었다”며 “콧물과 열이 많이 날 때 약에 항생제가 있어 당연히 감기에도 효능이 빠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부 김현희(36, 서울시 용산구)씨는 “아이가 열이 나서 찾은 병원에서 진료를 마치고 약을 처방할 때 해열제 외에도 항생제를 처방해 달라고 했었다. 항생제를 감기약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항생제 남용에 대한 캠페인으로 정부는 ‘항생제 바로쓰기 운동본부’를 출범하고 국민에게 항생제 내성의 심각성과 올바른 항생제 복용법 등을 알리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또 국내의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예방으로 2020년까지 매일 항생제를 처방받는 사람의 수를 25.4명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정기적인 ‘항생제 내성 포럼’ 등을 통해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 세부 행동계획과 장·단기 정책과제 도출 등을 위한 정책적 대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정부는 의료기관 내 항생제 남용을 줄이고 감염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축산물과 수산물에 대해서도 항생제를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은 항생제 사용에 대해 “항생제 사용은 불필요하게 사용할 경우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 세균이 증가될 수 있어 적절히 사용해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자 건강을 위해서 항생제와 주사제 적정 사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항생제 남용에 대해 한 의료계 종사자는 “항생제 남용은 병원에 따라 감기 기운을 빨리 떨어뜨리려고 독한 약을 쓰고 항생제를 과다 처방한 결과”라며 “감기는 대부분 일주일 안에 저절로 치료되지만, 잘못된 인식으로 환자가 항생제를 원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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