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새로운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보여준 친박-비박 간 싸움이 아니라 이번에는 친박 간 다툼이다. 비박계 일부 세력이 탈당한 혼란한 시기에 당 재건의 책임을 짊어진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의 구당(求黨) 수습의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인 비대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당을 혼란에 빠트렸거나 국민지탄을 받고 있는 당내 인사는 탈당하는 등 스스로 거취를 정해야 한다는 마지노선을 강하게 폈다. 그에 따른 책임 차원에서 이정현 전 대표가 탈당했지만 친박 핵심세력들이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새누리당 친박 핵심에서는 비박계가 탈당하기 전 요구했던 전권을 가진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를 받아들이지 않고 그 대신 인명진 비대위원장 카드로 선회했지만 인 위원장의 비장의 카드는 친박 핵심을 향했다. 새누리당이 제대로 된 정당이 되자면 국민의 불신과 지탄을 받는 문제덩어리를 대수술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 가운데 첫째가 인적쇄신이라는 것이다. 인 위원장의 정풍(整風) 칼끝이 친박 핵심을 향하자 당사자들은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중이다.

우리 사회의 어느 조직도 주류 세력과 아웃사이더가 존재한다. 특히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과 정권 쟁취가 목적인 정당 내에서는 당권을 쥔 주류와 이에 맞서는 비주류 간 갈등은 상존해왔다. 그래서 정당사를 봐도 정상 운영되던 정당이 분당되고 새롭게 창당되는 일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었다. 국민으로부터 믿음과 지지를 받아온 정상적인 당 조직 내에서도 이 같은 계파 간 불협화음은 비일비재했던 것이다. 이번 사태처럼 비박계가 개혁보수신당(가칭)으로 떨어져나간 이후에도 새롭게 모양새를 갖춰야 할 새누리당 안팎은 첩첩산중인 것이다.

인 비대위원장의 의도는 강력한 인적쇄신을 통해 국민의 정당으로 거듭 태어나야만이 새누리당을 다시 살릴 수 있다는 결연한 의지로 보인다. 인 위원장은 이번 주까지 지목한 친박 핵심들이 탈당하지 않으면 자신이 사퇴할 수밖에 없다는 배수진을 쳤다. 하지만 친박 핵심들은 지금은 분열과 배제가 아니라 화합이 먼저라고 주장하면서 “손님을 초대했더니 신발 벗자마자 주인더러 ‘너 나가’라고 하는 격”이라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고 있으니, 인명진호(號)가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있는 새누리당 구당에 과연 성공할는지 정초부터 국민들의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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