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공: 독일관광청 한국사무소)

루터의 종교개혁 숨결 느껴보는
독일 현지 ‘루터 루트’ 8개 코스
가톨릭-개신교 하나될 수 있을까
교황·루터교 교류에 종교계 ‘이목’

[천지일보=박준성 박완희 기자]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그리스도교의 한 축을 형성한 프로테스탄트(신교) 곧 개신교가 탄생한 지 500주년이 되는 해다. 종교개혁의 시작은 마틴 루터에서 비롯된다.

루터는 로마 가톨릭의 부패상을 적나라하게 비판하며, 신학적·윤리적 문제점을 드러낸 종교개혁가다. 당시 로마 교황세력에 의한 재정적 수탈과 성직매매 등 가톨릭의 부패는 극심했다. 그 절정이 바로 면죄부인 천국입장권 판매였다. 성베드로성전 개축을 위한 비용 충당을 명분으로 판매한 면죄부는 국민 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아우구스티누스회 33세 젊은 수도자인 마틴 루터(비텐베르크대학교 신학교수)는 1517 년 10월 31일, 비텐베르크교회의 벽에 면죄부 판매를 비판하는 ‘95개조 반박문’을 붙였다. 이 사건은 세계종교사의 흐름을 확 바꿔 놓은 종교개혁의 횃불이 됐다. 국민들의 공감을 얻은 종교개혁운동은 독일과 스위스, 프랑스, 영국 등 전 유럽으로 들불처럼 빠르게 확산됐다. 루터파를 ‘항의하는 자’ 라는 의미로 ‘프로테스탄트’라고 부르면서 오늘날의 개신교 이름이 유래됐다.

▲ 독일 중동부 작센안할트주 비텐베르크의 마르크트 광장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독일 종교개혁 숨결 느끼는 성지순례 코스

개신교가 전파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종교개혁의 불씨를 지핀 독일에서는 500주년을 기념하는 성지순례 등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독일관광청은 실제 루터가 살아온 역사의 현장들을 살피고 관광지 자체의 특색·풍취 등을 누릴 수 있는 8개 테마의 성지순례 코스인 ‘루터 루트’를 소개하고 있다. 루터 루트는 관광객들이 공항에서부터 가장 효율적인 동선으로, 원하는 콘셉트에 맞게 관광을 할 수 있도록 짜인 코스다.

루터 루트는 ‘유럽의 십자가 길(5월 20일까지)’ ‘루터 팝 오라토리오 시티투어(1월 14일 ~ 10월 29일)’ ‘루터 효과, 세계적인 종교개혁 500주년 in 베를린(4월 12일 ~ 11월 5일)’ ‘루터와 독일인 in 아이제나흐(5월 4일 ~ 11월 5일)’ ‘루터! 95개의 보물 - 95명의 사람 in 비텐 베르크(5월 13일 ~ 11월 5일)’ ‘종교개혁 전 세계 전시회 in 비텐베르크(5월 20일 ~ 11월 10일)’ ‘루터의 결혼식 in 비텐베르크(6월 9일 ~ 11일)’ ‘루터, 콜럼버스, 그 결과 in 뉘른베르크 소재 게르마니아 국립박물관(7월 13일 ~ 11월 12일)’ 등 8개 테마로 구성 됐다. 각 루트에는 루터가 ‘95개조의 반박문’을 붙인 만인성자교회가 있는 비텐베르크, 루터의 도시라 불리는 아이스레벤, 루터가 고등학교를 다니며 성경을 번역한 아이제나흐 등 총 36곳이 포함됐다. 자세한 사항은 독일관광청 한국사무소에 문의하면 알 수 있다.

▲ 독일 비텐베르크의 마르크트 광장 내 세워진 마틴 루터 동상. ⓒ천지일보(뉴스천지)

◆가톨릭-루터교 만남… 그 이상을 바라다

종교개혁을 계기로 지난 500년간 다른 길을 걸어 온 로마 가톨릭(구교)과 개신교(신교)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뜻 깊은 자리를 마련해 세계인의 관심을 받았다.

12억명의 가톨릭 신자를 대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11월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차 세계루터교연맹 본부가 있는 스웨덴을 방문했던 것이다. 역대 교황 중 가톨릭에서 떨어져나간 루터교의 창립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이다.

루터교는 지난해 10월을 시작으로 1년 동안 500주년을 기리는 다양한 기념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황이 첫 행사에 참석해 루터교 형제들과 함께한 자리여서 세계인의 이목이 쏠렸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가톨릭과 루터교는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신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 그리스도교 안에서 화합과 일치를 강조했다.

교황과 루터교세계연맹 무닙 유난 의장은 ‘가톨릭과 루터교가 장애를 극복하고 일치를 이루도록 대화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공동성명에 서명하기도 했다. 이번 방문이 종교간 대화와 화합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교황이 올해 10월말 500주년 본 행사에도 참석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신·구교의 만남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에게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가 분열로 병들어 있다”는 교황의 고백을, 이제는 그리스도인들이 치유의 손길로 답해야 할 때다. 올해는 분열이 아닌 화합과 일치를 이루는 진정한 ‘종교개혁의 해’가 되길 기대한다.

▲ 독일 비텐베르크 성 앞 만인성자교회 문에 적힌 95개조 반박문. ⓒ천지일보(뉴스천지)

마틴 루터는?

마틴 루터는 1483년 11월 10일, 9남매 중 여덟 번째로 독일 아이스레벤에서 태어나 만스펠트 근처에서 성장했다. 이후 비텐베르크에서 성서학을 가르치는 교수 생활을 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1517년 10월 31일 비텐베르크 만인성자교회 문에 95개 논제를 게재하면서 종교개혁의 기치를 올리게 된다. 1521년에 교황으로부터 파문을 당하게 된 마틴 루터는 독일 추방 판결까지 당해 피신하게 된다. 그는 1522년 3월까지 아이제나흐의 바르트부르크 성에서 은신해 있었다. 그리스어로 되어 있던 신약성서를 독일어로 번역하고, 독일 전국을 순회하며 자신의 이론을 전하면서 여생을 보낸 마틴 루터는 1546년 2월 18일 사망한다. 이후 같은 해 2월 22일 비텐베르크 만인성자교회에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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