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재벌 총수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선서자 앞줄 오른쪽부터 허창수 전경련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대표이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본무 LG 대표이사, 손경식 CJ 대표이사. (출처: 연합뉴스)

韓 OECD 부패 국가 순위 9위
전경련 해체 근본 해결책 아냐
“엄격한 처벌규정 법제화해야”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지난 6일 재계 총수 9명이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되는 등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가 열린 것.

대기업들이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주도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으로 774억원을 내고, 무언가 대가를 원했다는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당시 청문회의 핵심은 ‘정경유착’이었다.

지난 10월 미국의 경제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세계경제포럼(WEF)이 해마다 발행하는 세계경쟁력보고서의 부패지수를 인용, 우리나라를 OECD 국가 중 부패가 심한 나라 9위에 선정했다. 정경유착이 우리나라를 부패지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데 큰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총수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타 속에 ‘정경유착’ 끊겠다고 다짐했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9명의 대기업 총수들은 일제히 대가성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이들 총수들은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정부의 요청을 거절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자신들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제는 대기업도 암묵적으로 정경유착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데 있다.

그동안 정경유착 사건이 잊을 만하면 터져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켜 왔지만 근절되지 않았다. 정치인은 재벌의 뒤를 봐주고 재벌은 정치인에게 뒷돈을 바치는 정경유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8년 전 ‘5공비리’ 청문회 때도 재계 총수들이 대거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 최종현 선경(SK) 회장, 신격호 롯데 회장, 정주영 현대 회장, 구자경 럭키금성(LG) 회장, 조중훈 한진 회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공통적인 점은 정부가 주도해 설립한 재단에 대기업이 거액을 출연한 것이다. 특히 재벌과 권력의 ‘연결 고리’ 역할을 전경련이 맡았다. 전경련은 대기업한테서 돈을 걷는 데 앞장섰다.

결국 전경련은 현재 재벌의 입장만 대변하고 정경유착의 온상이라는 비판 속에 해체냐 쇄신이냐를 놓고 기로에 서 있다. LG와 KT는 지난 27일 전경련에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삼성과 SK 역시 탈퇴 방식과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태다. 전경련의 연간 운영 예산 가운데 5대 그룹이 내는 회비가 약 400억원으로 절반을 차지한다.

하지만 전경련을 해체한다고 해서 정경유착이 일소에 근절되지 않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구본무 LG 회장은 “앞으로도 정부에서 돈을 내라고 하면 (돈을 낸 뒤) 이런 자리에 또 나올 것인가”라고 질문에 “국회가 입법을 해서 막아 달라”고 말했다.

구 회장의 답변대로 국회는 정경유착에 대해 엄격한 처벌규정과 잣대를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재계 전문가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좀처럼 경기 회복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순실 게이트’라는 악재까지 터졌다”면서 “이 사태를 계기로 정경유착을 반드시 근절해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왜곡된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엄격한 처벌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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