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병신년(丙申年) 2016년.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많았던 해로 기록됐다. 본지는 올해 발생한 사건·사고 중 국민적 관심이 높고 떠들썩했던 사건·사고 이후를 추적해 봤다. 이를 통해 현재 상황은 어떠하며 아직 해결하지 못한 쟁점은 무엇인지 되짚어봤다. 분명한 것은 당시 제기된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2017년에도 유사한 사건·사고에 언제든지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지난 5월 28일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김군을 추모하기 위해 위령표 제막식이 열린 8월 26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9-4 스크린도어 앞에 추모 글귀를 모아 펴낸 책과 라면, 국화가 놓여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산업재해 피해자 9만명 넘어
“노동시장구조 방치해선 안돼”

[천지일보=이지수·김빛이나 기자] 올 한해 국민에게 안타까움을 줬던 사건사고 중 하나는 지난 5월 지하철 2호선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19세 청년이 열차에 치어 목숨을 잃은 사고를 꼽을 수 있다.

이 사고로 인해 비정규직, 부실시공, 이른바 ‘메피아(서울메트로+마피아)’ 등의 수많은 문제가 대두됐지만 사고 배경에는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폐해가 우리 사회에 고질적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모씨가 소속된 하청업체 은성PSD는 작업자가 노출될 위험성을 알면서도 서류상으로는 2명이 보수를 한 것으로 꾸몄고 원청인 서울메트로는 규정만 만들어놨을 뿐 사후 감독은 사실상 전무했던 것이다. 사고 이후 서울시는 서울메트로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전동차 경정비, 차량기지 구내운전, 모터카 등 특수차 운영, 역사운영 5개 분야를 모두 직영하기로 했다.

정부는 원청이 하청근로자 보호를 위해 산재예방 조치를 취해야 하는 위험 장소를 현행 20곳에서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23조(안전조치)에 따르면 위험을 예방하지 않아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면 징역 7년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구의역 사고 이후 약 7개월이 지난 현재 어떤 변화가 있을까. 현장에서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게 하청 근로자들의 입장이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산업안전보건법은 원청과 하청 각각 적용되기 때문에 원청 입장에서는 사고와 예방에 대해 책임질 일이 없다”며 “기업이 부문별하게 외주를 주고 있고 하청의 사고에 영향을 받지 않아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 구의역 사고 이후에도 하청 근로자 사망사고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일 현대제철 철근제강 공장 지붕 위에서 정기 안전점검을 하던 현대종합설계 소속 직원 1명이 추락해 숨졌다. 지난 11월 19일에도 협력업체 직원 김모(53)씨가 냉각수 웅덩이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사망했다. 이 공장은 정부가 안전관리 위기 사업장으로 지정해 특별 관리·감독하고 있던 곳이다. 하청 근로자 안전 관리에 여전히 구멍이 나 있는 셈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해마다 산업재해 피해자는 9만명이 넘는다. 2013년 9만 1824명, 2014년 9만 909명, 2015년 9만 129명 등이다. 사망자도 2013년 1090명, 2014년 992명, 2015년 955명 등 해마다 900명이 넘는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산업현장에서 수리나 서비스 업무와 같은 원청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하청 측의 무리한 작업으로 사고가 나는 경우라면 이는 외주화의 폐해가 아니라 외주화의 오남용에 따른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저렴한 비용으로 원청 근로자들이 꺼리는 일을 하청 근로자에게 맡길 수 있다는 현실적 노동시장구조를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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