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없는 경제정책 기조… 경제성장률 1%대 추락 위기
최순실 농단에 휩쓸린 韓경제… 역점정책 창조경제 좌초 위기
국내 주요 경제지표 빨간불… 성장동력 제조업·수출 부진

[천지일보=임태경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창조경제’를 앞세워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으며 당선됐다.

이후 집권 4년차가 다 되어가지만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는 찾아볼 수 없고 여러 정책만 난무했다. 대규모 재정집행과 금리인하 정책으로 경기부양을 노렸지만 경제는 나아지지 않았고, 수출과 내수는 동반 추락했다. 창조경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지 못한 채 헛구호에 머무르고 있다.

서민경제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위기에 처했고, 각종 경제지표 붕괴했다.

정치적 혼란까지 더해지면서 1997년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최악의 경제 위기가 또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경고음만 연일 커지고 있다.

◆일관성 없는 경제정책 위기 키워

지난 4년간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경제부흥을 기치로 내건 경제민주화는 취임 1년도 안 돼 경제활성화로 슬그머니 바뀌더니, 취임 2년차에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2017년 잠재성장률 4% 달성,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474’ 비전을 제시했지만, 달성 유무는 물 건너 간지 오래다. 경제사령탑에 오른 최경환 전 부총리는 ‘초이노믹스’로 대변되는 부동산 띄우기에 주력하다 전세난과 집값 상승, 가계부채만 잔뜩 늘어났다. 이후 한국 경제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추진된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개혁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위한 산업개혁 방안은 ‘최순실 쓰나미’에 휩쓸려 모든 정책이 올스톱 위기에 처했다.

경제정책기조가 일관성 없이 자주 바뀌다보니 제대로 효과를 낼리 없었다. 경제활성화의 성공 여부를 알 수 있는 지표인 경제성장률은 처참하다. 2012년 2.3%였던 경제성장률은 부동산 부양효과로 2013년 2.9%, 2014년 3.3%로 오르는 듯 했으나 지난해 다시 2.6%로 주저앉았고, 올해도 2% 중반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1%대로 추락할 것이란 충격적인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 역점을 두고 펼쳤던 창조경제는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 수단으로 사용된 것으로 밝혀져 추진동력이 상실된 모습이다. 박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챙겼던 정책이었고, 최씨의 최측근인 차은택씨가 미래창조부 창조경제추진단의 단장에 발탁되면서 국민적 반감도 커졌다.

다만 정치적인 이유로 창업 활성화를 꺾지 말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창조경제혁신센터 예산은 지난해보다 118억원 늘어난 436억 5000만원이 배정됐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리 결정이 내려지면 내년에 조기대선을 치러야 하기에 창조경제 정책에 대한 추진력은 상실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 한 관계자는 “창조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있지만, 탄핵정국에서도 정책은 차질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책 평가 등에서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예산 편성 과정에서 창조경제의 역할을 어느 정도 인정한 부분이 있으므로 본질적인 기능인 일자리 창출 역할은 계속 진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곤두박질친 경제지표… 외환위기 수준

박근혜 정부 4년간 국내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주요 경제 지표는 외환위기 당시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무엇보다도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인 제조업 분야가 일제히 동력을 잃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지난 9월 제조업 가동률은 71.4%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공장 10개 중 3개꼴로 가동이 멈췄던 1998년(69.8%) 당시와도 수치상으로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한국경제의 고도성장기를 이끈 대기업은 하루 아침에 실업자를 만들어내는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특히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대량의 실업자를 양산했고, 그 결과 지난 10월 청년 실업률은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8.8%) 이후 최고 수준인 8.5%까지 치솟았다.

경제성장의 발판이었던 수출 부진은 치명적이다. 지난해 마이너스(-8%) 성장을 보인 수출은 올해도 5.6% 감소한 497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연속 마이너스 수출을 기록한 것은 1957~1958년 이후 58년 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특히 수출의탑을 받는 업체 수는 2004년 1191개 이후 가장 적은 1209개로, 지난 4년간 317곳이 감소했다. 올해는 14년 만에 100억불탑 이상을 받은 업체가 한 곳도 나오지 않았다. 세계 수출 순위도 지난해 6위에서 8위로 밀려났다.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인 가계부채는 2012년 말 963조원이었던 것이 올해 1300조원을 넘어섰다. 박근혜 정부 4년간 매년 100조원 가까이 폭증한 셈이다. 2013년 가계부채 증가율은 5.7%였으나 2014년 6.5%, 2015년 10.9%로 급증했다. 저금리 정책에 대출규제를 완화하면서 ‘빚내서 집 사라’고 부추긴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이 만들어 낸 결과이다.

소득에 비해 빚만 빛의 속도로 늘면서 서민경제는 부채의 덫에 짓눌리고 있다.

재정건전성 면에서는 역대 정권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는 4년간 누적적자만 127조 7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MB정부 5년간 재정적자 98조 8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내년에도 28조 10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기에 박근혜 정부 5년간 재정적자는 이명박 정부 때보다 57조원(58%)이나 늘어난 155조 8000억원에 이르게 된다. 2008년 금융위기와 4대강 등 대규모 SOC 사업으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던 MB정부 때와 비교해도 나라살림은 훨씬 나빠졌다.

이렇게 주요 경제지표가 사상 최악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국정공백 등 정치적 요인으로 1997년, 2008년과 같은 경제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지난 15일 열린 한국경제연구원 세미나에서 “우리나라가 1997년과 2008년에 이어 다시 위기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며 “두 번의 외환위기가 발생한 배경을 보면 국정공백 등 정치적 요인이 위기를 증폭시키는 양상을 보이는데 최근 국정공백 사태로 인해 외환위기가 재연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0월부터 불거진 최순실 사태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국정공백이 심화되면서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노동개혁 등 구조개혁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며 “미국 새 행정부 등장에도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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