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매우 바쁘다. 모처럼만에 특검다운 특검의 활약을 보는 듯하다. ‘세월호 7시간’의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관련된 의료인과 진료실을 압수수색했다. ‘특검 무용론’에 익숙했던 사람들도 놀라고 있다. 특검이라면 처음부터 이렇게 가는 것이 옳았다는 평가다. 아직 특검의 최종 수사결과를 판단하기엔 시기상조이긴 하지만 일단 그 출발은 산뜻해 보인다.

특검팀만 바쁜 것이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심판일정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새해 초부터 집중적으로 심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정이라면 몇 달 내로 최종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탄핵소추안에 대한 인용 결정이 이뤄지면 내년 5월쯤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대선정국도 한층 바빠지게 됐다. 이래저래 연말연시의 정국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거대한 변혁’을 모색하는 새로운 이정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태도는 아쉽다 못해 여전히 상식 밖이다.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 주요 언론에서 연일 다양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심지어 박 대통령의 얼굴사진까지 분석하면서 세월호 참사 당일 즉 2014년 4월 16일 전후의 피부시술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전날의 박 대통령 얼굴은 시술 흔적이 없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다음날인 17일 오전에 나타난 박 대통령의 얼굴사진엔 시술 흔적이 보였다. 그렇다면 참사 당일인 16일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 의심이다. 솔직하게 밝히면 될 일을 계속 엉뚱한 말을 하거나 말을 바꾸다 보니 의혹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검도 강도 높은 수사에 들어갔다. 김영재 원장의 구체적 일정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헌재도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라고 요청했다. 탄핵심판의 중요한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언론인들 시시콜콜하게 박 대통령의 개인 일정까지 따지고 싶겠는가. 청와대는 지금까지 모든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 왔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당일의 일정은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여성으로서의 사적인 문제’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으로 넘길 일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헌재가 박 대통령에게 “문제의 7시간 동안 피청구인이 청와대 어느 곳에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보았는지, 공적인 부분과 사적인 부분들을 시각별로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이제는 박 대통령이 직접 밝혀야 한다. 헌재 재판부의 권위를 존중한다면, 그리고 대통령으로서의 명예를 지키겠다면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 이것이 국민 앞에 마지막으로 고백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심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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