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정당체제가 갑자기 4당체제로 재편됐다. 김무성, 유승민 의원 등이 이끄는 가칭 ‘개혁보수신당’ 세력이 새누리당을 탈당해 독자적인 교섭단체를 꾸린 것이다. 1988년 13대 총선 이후 26년 만의 4당체제다. 당시의 4당체제는 ‘지역균열’을 근간으로 했지만 생각보다 안정적이었다. 그럼에도 이른바 ‘3당 합당’으로 인해 2년 만에 끝났다. 14대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의 정략이 앞섰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자유당의 탄생은 그 산물이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민주화 세력과 호남지역이 고립되는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이는 6월항쟁 이후의 민주화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제3지대, 빅텐트는 가능한가

최근의 4당체제는 26년 전보다 더 단순하다. ‘친박 패권정당’이 가장 오른쪽에 있고, ‘친문 패권정당’이 가장 왼쪽에 있다. 양 극단의 패권세력에 대항하다가 끝내 탈당할 수밖에 없었던 개혁보수신당과 국민의당이 그 중간에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은 기존의 패권세력을 청산하겠다는 의지로 탈당해 신당을 창당한 그룹이다. 기존의 정치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뜻이다. 제3지대에서의 ‘정치패러다임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정치의 기득권 구조가 너무도 강고했던 탓일까. 여야 양쪽에서 ‘반패권세력’이 이탈해 독자세력화를 구축한 것은 우리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로 인해 한국정치는 지금 거대한 변혁기를 맞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러나 최근의 4당체제도 그리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 19대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3지대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정책비전과 가치가 유사할 뿐더러 개헌에 대한 생각도 비슷하다. 이른바 ‘제3지대 빅텐트’가 꾸려질 수도 있을 것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까지 이쪽으로 합류한다면 판은 더 커질 것이다. 아직은 좀 이른 전망이지만 반기문과 안철수의 경쟁과 협력도 기대할 수 있어 보인다. 물론 손학규 전 대표도 빼놓을 수 없다. 세력화에 성공한다면 손 전 대표의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차기 대선정국의 역동성은 어쩌면 제3지대가 좌우할지도 모를 일이다. 뻔한 그 인물들이거나 또는 사실상 ‘굳히기’에 들어간 쪽과는 사정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제3지대 사람들’은 이러한 양극단의 ‘구체제’를 밀어내는 ‘선거혁명’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만약 대선정국이 이렇게 간다면 대선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날 것이다. 말 그대로 ‘혁명적 변화’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제3지대는 이러한 혁명적 변화를 잉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기 대선정국의 최대 변수인 셈이다. 반기문과 안철수, 경쟁과 협력관계를 구축해서 차기 대선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마침 안철수 전 대표가 반기문 총장과의 협력관계에 전향적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혁명적 변화를 통한 ‘시대교체’의 절박함으로 두 사람이 손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꿈틀대는 제3지대의 역동성, 그 결과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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