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회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전)대한변리사회장 

 

소문인가 했더니 사실이었다. 문화예술계에서 ‘손볼 사람들(블랙리스트)’로 찍은 9473명이 든 서류가 나왔다. 이 명단에는 해마다 노벨 문학상을 기대하는 고은 시인, 올해 맨부커상을 받아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친 소설가 한강도 포함됐다고 한다. 문화융성을 외치던 청와대와 문화관광체육부가 만들었단다. 정부가 국민 뒤통수를 때렸다.

대통령이 “그 사람 아직도 있어요?”라 말했다고 한다. 그 뒤 그들은 잘렸다. 눈 밖에 난 사람이면 끝까지 추적했다. 유진룡 전 장관은 사정없이 잘라버렸다. 작은 예의도 없었다.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을 캐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 청와대 비리를 조사하던 이석수 감찰관, 맘에 들지 않게 판결했다고 판사들, 법조계에서도 손볼 사람에 들어간 사람의 뒷모습이 어땠는지도 봤다.

과학계 사정도 다르지 않다. 다른 사람을 앉히려고 김승환 전 과학창의재단 이사장에 사퇴 압력을 넣었다. 정유라 입시비리와 최순실 추문과 연결돼 보이는 사람이 공모에 참여했다. 저 사건들이 불거지면서 그는 부적격 처리됐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이사회가 투표로 과반을 얻은 박영아 원장을 연임하도록 추천했다. 미래부 장관은 승인하지 않았다. 이에 불복하여 박 전 원장은 행정소송을 걸었다. 주무부 장관이 승인하지 않은 것도, 법적 소송으로 간 것도 참 이례적이다.

손볼 사람을 관리하는 세상

손볼 사람을 관리하는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뻔하다. 저 체제에 순응하는 사람, 높은 분 말씀을 열심히 받아 적으며 머리를 조아린 사람은 살아남는다. 권력을 누린다. 순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 자리를 떠난다. 이런 환경에서는 나라에 도움이 될 인재는 떠난다.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며 피를 빠는 탐관오리만 남는다. 나라가 어떻게 될지 뻔하다.

친일파였다고 했지만, 그들이 어떤 짓을 했는지 잘 알지 못했다. ‘친일파의 한국 현대사(정운현 지음)’에는 친일파 44명의 행적이 나온다. 자료를 찾아 쓴 책이다. 을사5적에 든 이완용과 이근택은 대한제국의 대신이었다. 공직은 어떤 자리일까.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주고 나라를 위해 일하라는 자리다. 이들은 그 공직에서 자기의 이익을 찾아 움직였다. 자기 이익을 위해 고종을 위협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그들은 나라를 팔아먹었고, 그 대가로 귀족 작위와 일왕에게서 은사금을 받았다. 은혜를 입은 돈이다. 나라를 되찾았지만, 나라를 팔아먹은 그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그들의 후손은 아직도 잘산다. 나라를 팔아 챙긴 이익은 영원했다.

촛불을 더 들어야 하는 이유

공직자가 개인 이익을 챙길 때 우리 사회와 나라는 손해를 입는다. 우리 사회는 개인 이익으로 챙긴 액수의 100배쯤 손해를 입지 않을까 싶다. 개인이나 기업은 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기 이익을 챙기는 것을 탓할 수 없다. 공직자는 다르다. 공직자의 비리는 나라를 망친다.

청문회에 불려온 그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거짓말한다. 다른 곳에서 비리 동업자가 감싸고 있을까. 구치소에서도 특별 대접을 받는 정황도 보인다. 고리를 끊어야 한다. 특검이 잘해야 한다. 특검이 특검답길 기대한다.

비리를 저지른 공직자 당신을 반드시 벌해야 한다. 공직자 비리를 저지르지 않게 손봐야 한다. 비리를 저지른 당신이 ‘손볼 사람들’이다. 촛불을 들어야 하는 이유다. 손볼 사람을 손볼 때까지! 이게 대한민국다운 모습으로 굳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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