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채서진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갈색 웨이브 진 머리에 큰 눈, 하얀 피부 여자가 봐도 감탄사가 나오는 외모를 가진 채서진은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도 빛을 발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타임슬립(time slip)’을 소재로 한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을 얻게 된 남자가 30년 전의 자신과 만나 평생 후회하고 있던 과거의 한 사건을 바꾸려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시간여행을 오가는 주인공을 통해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소중한 사람을 생각나게 한다.

연기력이 부족했다면 혹평이 나왔을 것이지만 신예 배우 채서진은 외모만큼 노력했기에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 ‘커튼콜’에서는 걸그룹 출신으로 입만 열면 사투리가 나오는 신비주의 인물 ‘슬기’를 소화했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연아’와는 상반된 이미지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채서진을 만나 영화와 배우로서의 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 1000:1의 오디션 경쟁률을 뚫고 연아 역을 맡았다던데.

오디션이 열린다는 얘길 듣고 시나리오를 받아서 읽어보게 됐는데 소설이 한국식으로 각색돼 있어서 쑥쑥 읽었다. 홍지헌 감독님을 ‘초인’ 때 됐었는데 “좋게 봤다”며 힘이 되는 말을 되게 해주셨다. 이후 홍 감독님이라는 얘길 듣고 설렜다.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감독님이 기억해주시더라. 감독님께서 제가 ‘초인’에서 여고생으로 나오고 ‘연아’는 27살이어서 매치가 안 된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본 후 “어머, 초인에서 봤던 여고생이 여인이 돼서 왔네”라고 얘기해주셨다.

▲ 배우 채서진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국내 최초 여자 돌고래 조련사를 연기했다. 돌고래를 조련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연습했던 거에 비해 많이 안 나와서 아쉽다. 촬영 전에 조련사분들이 공연하는 것 관찰하고, ‘어떻게 이 꿈을 가지게 되셨는지’ ‘돌고래랑 어떻게 친해졌는지’ ‘교감하는 법은 무엇인지’ ‘언제가 제일 힘든지’ 등 취재했다. 돌고래들이랑 친해지려고 밥줄 때 항상 따라가서 밥 더 주고 그랬다.

- 동물과 함께 촬영해서 행복했을 것 같다.

제가 조련한 돌고래 이름이 밍키다. 재밌고 행복하게 찍었다. 애들이 되게 감수성이 있다. 사람의 감정을 캐치하고 예민한 친구들이라서 많이 교감하려고 노력했다. 영화상에는 편집돼서 안 나왔는데 밍키가 밥을 안 먹고 그럴 때가 있었다. 아이를 낳자마자 아이가 다른 곳으로 이동됐고 ‘연아’가 그걸 막으려 하는데 안됐다. ‘연아’가 밍키에게 사과하면서 “밍키야 밥 먹어야지” 하는 장면이었다. 원래 돌고래의 시선을 끌려면 ‘짝짝’ 소리를 내야 쳐다보는데 그 장면을 찍을 때 처음부터 끝까지 저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교감이 됐는지 안됐는지 확신할 순 없지만 뭉클했던 기억이 있다.

- 극 중 30년 전 ‘수현(변요한 분)’과 불꽃같은 사랑을 한다. 경험이 있나.

아직 23살이라 없다. 그렇게 ‘수현’과 ‘연아’의 관계가 그냥 보통 연인 그 이상의 관계라고 생각했다. ‘수현’의 엄마가 돌아가시고 가장 힘들 때 옆에서 지켜주고 20대 초중반을 넘기고 30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부산과 서울의 장거리 연애를 한다. 그리고 ‘수현’이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한달에 한번 얼굴을 볼까 말까 하는 데 그 한번 보고겠다고 기차 타고 5~6시간을 간다. 그렇게까지 한 두사람의 사이가 너무 예뻐 보였다. 그걸 찍으면서 나도 이런 사랑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 배우 채서진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언니 김옥빈에 이어 배우가 되고자 했던 이유는 뭔가.

학교에 입학해서 2년 동안 외부활동이 금지였던 그 시간이 저에겐 귀한 시간이었다. 연기를 심층적으로 파트너와 분석하고 싸우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하고. 합이 잘 맞았을 때 일어나는 시너지와 그걸 보고 코멘트해주는 선배, 동기들 선생님 등 과정이 너무 재밌었다. 단편영화를 정말 많이 찍었는데 즐거웠다. 각기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달려간다는 게 너무 신났다. 완성본을 상영하면서 다 같이 보고 그랬다.

처음 찍었던 단편영화에서 물고기 ‘놀래미’ 역을 맡았다. 남자가 바다에서 딱 건졌는데 낚싯바늘에 ‘놀래미’의 옷이 걸려서 나온다. 물고기 ‘놀래미’ 지상에 나와서 남자랑 놀고 횟집에도 간다. 회는 못 먹고, 지렁이 달라고 하고 얘기하다가 바다로 들어가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데 너무 즐거웠다. 단편 독립영화 친구들이 상업적인 부분이 없으니까 자유롭고 독특하고 실험 정신이 강해서 재밌는 걸 많이 했던 것 같다.

-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은.

어렸을 때부터 ‘다모’ ‘태왕사신기’ ‘명성왕후’ 이런 사극을 재밌게 봤다. ‘태왕사신기’는 지금도 생각나면 돌려본다. 사극이라는 장르가 매력적인 것 같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 세대의 인물을 하는 게 재밌을 것 같다.

지금은 계단을 차근차근 잘 밟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케이트 윈즐릿의 연기를 보면 인물에 빠져서 너무 예뻐 보인다. 배우는 가만히 있을 때보다 연기할 때 예뻐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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