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병신년의 해도 이제 며칠을 남겨두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 짓는 이맘때면 늘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다사다난(多事多難)’이다. 이 다사다난이란 단어가 이처럼 와 닿기는 처음인 것 같다. 훗날 역사는 이 한 해를 어떻게 기억할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병신년을 마무리하면서 한 해를 진단해 본다.

세계정세로나 국내정세로나 이보다 더 복잡하고 어렵고 힘든 적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국제적으로는 엇나간 종교단체 이슬람무장세력인 IS의 천인공노할 만행으로 중동을 비롯해 유럽 나아가 전 세계가 테러와의 전쟁과 공포를 경험하며 무고한 수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당했다. 2010년 일어난 튀니지의 민주화 혁명(재스민혁명)은 아프리카와 중동의 고질병과 같았던 오래된 철권 내지 독재정권을 무너뜨려 왔으나, 시리아 아사드정권에 의한 예기치 못한 역습은 4년여에 걸친 지리한 시리아 내전을 초래해 정부군과 반군 나아가 IS라는 복잡한 전쟁구도를 형성하며 러시아와 서방, 터키, 쿠르드족 등에 의한 자국의 영향력 강화를 위한 각축장이 돼 역시 무고한 민간인들만 희생당하며 어린이들을 포함한 수많은 난민들은 지중해상에서 고기밥이 되기도 하고, 나아가 유럽을 포함 지구촌의 정치·경제 구조의 지형까지 흔드는 단초를 제공했다.

이 난민 문제는 결국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를 가져 왔고, 이는 보호무역 등 민족주의 부활의 신호탄이 됐으며, 미국 대선의 변수를 초래한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다민족국가에서 백인 우월주의와 기독교라는 종교의 획일성을 강조하며 보호무역과 민족주의 즉, 신아메리카니즘을 표방하며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트럼프의 승리를 미국 국민의 잠재된 불만의 표출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것은, 그 파장이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강대국들 간에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이 있듯이, 보통국가들은 그 불똥이 튀어 자국에 어떠한 영향이 미칠지 긴장하고 있다.

그뿐인가. 중동의 석유와 함께 지구촌의 자원이 고갈돼 가고 있는 시점에 지구촌의 새로운 자원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는 남아시아(권역), 그중에서도 남중국해를 둘러싼 주변국들 간의 기싸움은 또 다른 쟁점으로 비화되며 분쟁과 전쟁의 도화선으로 급부상했다. 경제적 군사적 대국이 된 중국의 거침없는 영유권 주장은 안하무인(眼下無人)이란 말처럼 주변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중국해상의 무인도를 무력 점령해 레이더와 비행장까지 건설하며 자국의 영토로 공식화할 기세다. 이같이 무리수를 강행하는 데는 비대해진 중국의 몸집에 있다. 중국은 큰 몸집에 비해 태평양과 인도양 등 해양 진출에 갈급함과 함께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 같은 한계를 압박해 온 나라가 바로 미국이며, 따라서 남중국해 갈등은 사실상 미국과 중국의 날카로운 대결의 장으로 비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이해관계 속에서도 남중국해 주변국들은 약소국으로서 자국의 이해득실을 점치며 미래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처럼 세계는 복잡한 함수관계의 그래프를 그리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가운데서도 세계정세 변화의 흐름을 좇아 민족주의 형태로 나라마다 대문을 걸어 잠그고 있으며 자국 보호에만 열을 올리고 있으니, 그 결과는 다시 ‘신냉전’이라는 큰 굴레 속으로 어쩔 수 없이 빠져 들어가고 있다. 문명의 이기 속에서 전쟁 수단으로 핵을 개발하고 발전시키고 보유해 왔으나, 이 핵을 없애자는 게 지금까지 국제사회의 노력과 분위기였으나, 다시금 핵 개발은 물론 핵 절대강국으로의 회귀를 호언장담하는 미·러를 포함한 강대국들 간의 분위기는 지구촌의 미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 같은 국제현실 속에 한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한반도 역시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며 지정학적으로 세계 열강들이 각축을 벌이는 요새 중에 요새다. 특히 북한의 핵보유에 사활을 건 미친 행보는 한반도 평화를 어둡게 하며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세계의 화약고로 손색이 없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정치현실은 답답하기만 한 가운데 이렇게 한 해를 마감해야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참으로 부끄러운 단어와 표현이 우리의 현실이 돼 있다는 자체가 화가 난다. 박근혜 대통령의 도의적 책임은 인정하면서 법적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논리 속에 애꿎은 국민들만 볼모로 잡혀 무모한 세월을 보내야 하는가. 농단을 지시할 지도자가 세상 천지에 어디에 있겠는가. 그냥 모르는 척, 슬쩍 눈감아 넘어가는 게 아닌가. 박 대통령의 죄는 무엇이겠는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라의 통수권자로서 하나의 국민을 두 가지의 국민으로 가르고 두 가지 사상으로 갈라 놔 오늘과 같은 혼란 정국을 만든 이 자체가 죄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행 헌법상 강력한 대통령제를 표방하는 나라다. 이러한 나라에서 대통령은 심장과 같다.

그러나 지금은 그 심장이 멈춘 상태다. 입으로만 ‘나라와 국민’을 찾을 게 아니라 나라의 기능을 살려야 하지 않는가.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정치와 위정자들은 정치논리를 명분 삼아 위선자들이 돼선 안된다.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해야 한다”며 국민들을 선동하는 선동자가 돼서도 안된다. 또 극단적 생각과 표현이 난무한 현실이 과연 성숙된 자유며 민주주의일까. 자유는 자유를 누리고 지킬 줄 아는 자에게 해당된 말이다. 자유는 이성 없는 방종이 결코 아니다. 자기 목소리만 들어야 하고 자기 생각과 같으면 박수치고 남의 말과 생각은 좀처럼 들으려 하지 않는 양극화 된 사회가 진정한 자유와 민주주의인가. 뿐만이 아니다. 산업화 없이 민주화는 있을 수 없다. 민주주의를 외치며 국가의 근간이 돼 온 근·현대사의 발자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세력과 의도는 분명히 말해 불손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박근혜 정부의 실정은 그 어떤 이유와 변명으로도 용서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은 지금까지의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증명됐다. 그렇다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치적과 역사까지 부정하려는 것은 나라와 국민이 아닌 다른 저의가 있음이 분명하다. 아무리 잘못된 과거라 할지라도 지나간 발자취는 오늘의 거울과 경계가 되는 역사다. 역사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된다.

이제 우리는 병신년을 보내면서 살펴본 바와 같이 나라 안팎의 사정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분석하며 정유년 밝아오는 새해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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