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적으로 독감이 유행인 가운데 26일 오전 서울 강서구 종합병원인 부민병원의 안내데스크에서 독감 등의 증세로 병원을 찾은 여러 시민이 안내를 받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독감 ‘대유행’ 백신 수요 예측 실패
2주 만에 독감 환자 5배 늘어나
“보건당국 의무 망각한 직무유기”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독감 유행이 뒤늦게 일면서 정부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백신 수요를 예측하지 못해 피해를 본 시민의 고충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물량 부족 사태에 대비해 지난해보다 많은 백신을 비축했다는 보건당국은 지역별 백신 수요 예측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해 국가 전체 백신 보유량은 충분하지만 지역별로 불균형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난 20일 밝혔다.

실제 투여되는 독감 백신의 경우 올해 2월 세계보건기구(WHO) 예측에 따라 각 제조사가 여름에 제조한 제품이다. 생산을 마친 백신은 이르면 그해 9월부터 도매상을 거쳐 시중에 공급돼 지금처럼 독감 유행이 거세진다 해도 생산에는 최소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걸리므로 이미 정해진 생산량 외에 추가로 생산할 수 없는 실정이다.

독감이 의심될 때 48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면 전파력을 줄이고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12월 셋째 주 기준으로 전국 보건소 255곳 가운데 반절에 가까운 116개 보건소의 백신이 소진된 상태로 여전히 독감 유행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26일 서울의 한 병원을 찾은 주부 박선화(37, 서울 용산구)씨는 “이틀 전 예방접종을 위해 동네병원을 찾았지만 예방접종을 하지 못했다”며 “백신이 부족해 접종을 기다리는 사이 둘째 아이가 독감에 걸렸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백신 부족 현상에 대해 “인구가 변동이 심한 것도 아니고 한 지역에 독감이 몰리는 것도 아닌데 대비 미흡이라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지난번 ‘메르스 사태’와 마찬가지로 보건당국이 의무와 책임을 망각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아이와 함께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김진아(40, 서울 용산구)씨도 “감염과 같은 민감한 부분의 안일한 대처가 후진국 소리를 듣게 만드는 것”이라며 “이런 사태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 답답하고 안전불감증을 그대로 드러내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질병관리본부(질본)는 지난 25일 내년 2월 이후까지 독감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질본에 따르면 12월 셋째 주 독감 의심 환자 수는 유행 기준인 외래환자 1000명당 8.9명보다 7배가량 많은 61.9명에 달한다. 12월 첫 주 독감 의심 환자가 13.3명인 것을 고려하면 2주일 만에 5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일반적인 독감 유행은 9월부터 시작해 11월이면 백신 접종이 마무리된다. 하지만 이보다 늦은 12월에 독감 유행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종합병원 전문의는 현재 독감 유행에 대해 내년 3~4월인 초봄경까지 경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도지향 서울부민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독감 때문에 병원에 내원한 환자가 독감 유행 전보다 약 2배 증가했다”며 “평년보다 독감 유행이 빠르고 특히 학생의 경우, 학기 중에 독감이 퍼지기 시작해 빠르게 전염됐다”고 말했다. 이어 “중·고등학생의 경우 접종하지 않은 학생이 많아 전염의 위험이 더욱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도 과장에 따르면, 독감 예방 백신 적기는 10월, 늦어도 11월 말 정도 접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는 “최근 독감이 크게 유행하면서 현시점에도 백신을 맞으러 병원을 찾는 환자분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신 부족 현상에 대해 “환자분이 4가 백신을 찾는 분이 많아 수량이 없는 상태”라며 “현재는 3가 백신만 접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 병원에서 3가 백신은 2만원에서 3만원, 4가는 3만 5000원에서 4만원에 맞을 수 있다. 3가 백신은 3가지, 4가는 4가지 유형의 인플루엔자를 예방할 수 있다.

독감 백신의 효과는 연령별, 신체 상태에 따라 다르므로 60~90% 정도의 예방 효과로 2주가 지나야 나타난다. 독감 예방을 위해 개인위생에 신경 쓰고 사람이 많은 곳에 가게 되면 자연히 감기나 독감의 전염 가능성이 커져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독감 확산을 막기 위해 일부 지역에서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신년 해맞이를 취소하고 조기 방학을 하는 등의 대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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