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평론] 병신년(丙申年), 역사 속 한 페이지로 남다
[아침평론] 병신년(丙申年), 역사 속 한 페이지로 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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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실장/시인

 

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순식간에 목표물을 향해 날아간다. 흔히 ‘빠르다’는 뜻으로 화살을 비유하는데 쏜살과 같이 세월이 흘러 올해가 이제는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정초에 병신년을 열면서 나는 본지의 이 란에서 ‘올해는 복 받아라. 뜻대로 살고지라!’ 제하로 기원했다. ‘자유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를 되새기는 한 해가 되게 하고, 대한의 신(新)시민들이 정의가 충만한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에 더해 ‘안정된 사회기틀 위에 경제가 회복돼 일자리 마련한 젊은이들이 많아지면서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이웃들이 잘 사는 사회를 이루게 하고, 민주의식과 반듯함이 나라 전체를 에워싸는 그러한 한 해가 되는 것’ 이것이 필자의 정초 소망이었다.

매년 다가오는 연말 분위기는 누구에게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지만 지금처럼 답답한 때도 없어 보인다. 오래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를 맞은 그 때는 세계경제가 나빴던 와중에 외환비축 등이 문제가 돼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였지만 우리 정부와 사회경제단체가 앞장서서 절약을 외치고 화합을 내세우는 등 정의사회의 바른 가치가 있었으니 국민들은 힘든 시기도 잘 참고 고난을 극복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국가지도자의 국정운영 잘못에서 기인된 행위가 일파만파로 번져나 국민적 불신을 낳고 여진으로 이어져 사회가 출렁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는 적중했다. 우리 사회가 안정되고 국민이 화합하려면 무엇보다 소통이 먼저라고 말했다. 쌍방 간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해하는 데 벽이 생기고 그 막힘만큼 신뢰가 형성되지 못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가족이나 이웃, 국가사회의 경우에서도 공히 마찬가지다. 그래서 예부터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돼야 한다고 했으니 따지고 보면 충분한 일리가 있다. 누구인들 수신제가하지 않고서 치국과 평천하 할 수 있겠으랴.

한 해가 저물어가는 세밑에서 나는 ‘지금과 같은 난국을 가져온 원인이 무엇일까?’ 하고 한번 생각해본다. 아무래도 정치지도자의 역량 문제이긴 하지만 그에 못잖게 통치제도가 기인한 측면도 없지는 않다. 공교롭게도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서 보여준 국정농단과 그 후유증들은 국가지도자의 제왕적 권력을 인정하고 있는 현행헌법의 틀과 함께 오래전부터 불통의 이미지를 굳혀온 대통령의 사리의 어긋남이 한 궤를 이뤄 만들어낸 것이라 생각되나, 그렇다고 해서 헌법상 통치구조가 완전히 잘못돼서 오늘의 난국을 낳은 결과로 보기에는 어렵다.

현실의 이런저런 생각들은 마침내 ‘국가지도자는 국민의 사랑과 인기를 먹고 살아야 한다’는 평범한 사실의 귀결점에 이른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아무래도 취임시기보다는 퇴임시기에 떨어지게 마련이지만 꼭 그렇지가 않다는 사실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증명해주고 있다.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의 국민지지도가 57%이다. 이 지지도는 처음 취임한 2009년에 이어 두 번째 높은 지지율이라고 하니, 남의 나라 이야기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신봉하면서 미국인들에게 안겨준 정치적 역량과 인간적 신뢰가 어떠했는지 미루어 짐작해볼 수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국민 눈높이에 맞춘 정치성향은 널리 소문나 있다. 어쩌면 쇼맨십이라 해도 국민들이 싫어할 리가 없다. 평소 사무실 복도를 지나가다가 청소부와 마주치면 농담을 걸고, 일반직원들과도 거리낌 없이 정책을 논의하는 등 스스럼없는 대화를 마다하지 않는 소탈한 대통령이다. 재난현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울면서 피해자들 마음의 상처를 달래주니 이것 하나만 보고서도 미국인들은 대통령을 훌륭한 지도자로 존경하며 각인하게 된다. 민주주의 나라에서 국가지도자는 마땅히 그래야 하거늘 그 점을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8년 내내 지켜온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최고 권력자의 권위는 자신의 위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내용이 증명하고 있다. 그러기에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잠시 위임받은 정치지도자는 국민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가운데 애민적 진정성이 인정받아야만이 비로소 국민지지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란 인간의 존엄성을 가장 중히 여기는 제도이기에 대통령은 국민의사에 따라 국민이익과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우선점을 두고 국정을 이끄는 것은 항구불변의 정답인 것이다.

올해 마지막 이 란에서 개인과 이웃, 국가사회가 모두 잘 마무리된 ‘화합과 희망 그리고 번영’이라는 기대치 상징어가 주류로 이어지지 못해 필자는 아쉽다. 이토록 올 한해를 돌아보는 회억의 장(章)이 무거운 분위기인바, 그것은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2016년을 대표하는 사자성어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임금은 배, 백성은 물.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엎을 수도 있다’는 뜻이 새겨진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단어. 비단 국가지도자나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경구(警句)다.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마음에 새겨 치열하게 ‘아침평론’을 장식할 각오이니 새해에도 독자 여러분들의 변함없는 성원을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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