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피의자인 최순실씨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소환됐다. 특검팀은 김 전 차관을 상대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승인하는 대가로 삼성 측에서 최순실 일가에 자금을 제공했는지와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 측 개입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또 최씨에 대해서도 삼성 관련 뇌물죄를 비롯한 각종 의혹들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9일 박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탄핵심판 답변서를 통해 국정농단 핵심피의자 최씨를 ‘키친 캐비닛(Kitchen Cabinet)’이라고 지칭했다. 키친 캐비닛은 원래 대통령의 식사에 초대받을 정도로 가까운 지인이나 친구로 민심 전달의 통로역할을 할 뿐 아니라 상당한 식견을 갖춘 사람들이다. 그러나 최근 동아일보가 단독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최씨는 대통령이 인사 후보를 올리면 지명하는 역할까지 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4월 단행된 국가정보원 1, 2, 3차장 및 기획조정실장 인사 당시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60·구속 기소)에게 후보자를 최대 5배수까지 전달하면 최씨가 대상자를 최종 낙점했다. 그동안에는 최씨가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9) 등 정부의 요직 인사를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식으로 국정을 농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정황은 그간의 구도와는 정반대로 대통령이 후보자를 추천하고 최씨가 인선 대상자를 최종 결정하는 등 공무원 임명권자로서의 대통령 역할을 한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키친 캐비닛이 보통 대통령의 브레인 역할을 한다는 면에서도 최씨는 한참 벗어난 사람이다. 최씨는 최근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에 희한한 단어를 썼다. ‘공항장애’ ‘회폐’였는데, 국어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공황장애’ ‘피폐’라는 단어를 잘못 쓴 것이다. 이런 사람과 대통령이 국정을 논하고, 그 결정을 따랐다는 게 그저 황당할 뿐이다.

지난 9차 촛불집회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진행됐다. 주최 측 추산 70만명이 참석해 ‘하야 크리스마스’를 외쳤다. 1차부터 합산하면 무려 892만여명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촛불을 들었다. 무엇보다 스스로 뽑은 대통령이 이 정도였나 싶은 생각이 국민을 더 끓어오르게 하고 있다. 대통령에게 더 실망하거나 충격 받고 싶지 않다. 뽑아준 국민을 위해서라도 대통령이 품위를 지키며 떠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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