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시시콜콜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 지적을 하는 아이, 이른바 지적쟁이 아이가 있다. 유치원에서 친구들에게 떠들지 말라고 하고, 밥 먹을 때 자세가 이상하다고 지적하는 아이는 도대체 왜 그러한 것인가? 이는 통제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생각대로 다른 사람들을 움직이려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인지적 유연성이 부족하기도 하다. 인지적 유연성이란 여러 가지 방식들의 생각이 있음을 인정하여 그에 따르는 행동들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마지막으로 충동조절 욕구가 부족한 것도 연관이 있다. 자신의 생각을 참지 못하고 여과 없이 말하기 때문이다. 즉 ‘내가 이 말을 하면 상대방이 기분 나빠 할 수 있으므로 생각만 하고 말하지 않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거나 혹은 그러한 생각이 들더라도 결국 무시하고 말해 버린다. 부모의 양육 방법도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지적을 많이 하거나 혹은 늘 지시를 하거나 혹은 항상 ‘옳다 또는 틀리다’의 평가를 내리는 양육 태도의 영향을 받는다. 아이는 부모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모방하여 학습하고, 그 결과 부모와 비슷한 행동 방식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아이는 지적질을 하면서 일종의 우월의식을 느끼지만, 지적을 당하는 상대방은 불쾌감을 느낀다. 특히 자신보다 윗사람이나 어른이 아닌 또래나 동생뻘 되는 아이가 지적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욱 불쾌하게 여기고, 급기야 지적하는 아이에 대한 미움의 감정까지 생겨날 수 있다. 따라서 또래관계 및 대인관계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트러블이 야기되곤 한다. 다른 아이들이 집단적으로 지적쟁이 아이를 비난하거나 왕따 시킬 우려도 있다. 다른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지적쟁이 아이를 ‘재수 없다’ 또는 ‘건방지다’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모는 아이의 지적하는 행동에 대해 개입을 해줘야 한다. 특히 자신보다 위인 사람에게 지적질을 하는 것은 늘 금지시켜야 하고, 친구나 형제자매에게도 비난하는 태도를 보이거나 혹은 고자질까지 함께 하는 것은 주의를 주면서 하지 못하게끔 한다. 그것이 너 자신을 위함이라는 사실도 설명해준다. “엄마는 네가 다른 친구들에게 미움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아”라는 말을 해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친구와 함께 블록을 하면서 “너 왜 다리를 이렇게 벌리고 앉아. 다리 붙여. 누가 그렇게 예의 없게 앉아 있어?”라고 지적하는 아이가 있다. 마치 선생님처럼 친구를 대하는 것이다. 그래서 친구를 가르치려고 한다. 엄마는 아이에게 모르는 척 하기를 당부한다. “너는 친구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권리가 없어. 그것은 선생님이 가르쳐야 할 부분이야. 만일 정말 네 눈에 거스르면 ‘네가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으니까 내가 보기에 좀 불편해’라는 말을 해줘.”라고 말해준다. “할머니, 왜 누워서 TV 봐요? 눈 나빠져요. 앉아서 봐요. 엄마! 할머니가 누워서 TV 봐”라고 말하는 아이라면? 할머니를 마치 자신의 친구나 동생 대하듯이 하고 있다. 게다가 은연중에 할머니보다 엄마가 더 윗사람인 것처럼 서열을 무시하고 있다. 엄마는 아이에게 “할머니는 우리 집에서 제일 높은 어르신이야. 너나 엄마가 뭐라고 지적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 그러니까 다시는 할머니에게 뭐라고 지적하지 마”라고 말한다.

또한 평소 부모부터 절대 지적을 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가 어떠한 행동을 하든지 간에 대부분 허용하라. 다만 폭력적인 언행에 대해서는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야단을 치고 벌을 준다. 아이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 일단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부모가 매번 평가를 내리는 것을 피하자. 그리고 아이가 갖고 있는 통제 욕구의 대상을 다른 사람이 아닌 특정한 활동으로 돌리는 것이 좋다. 예컨대 좋아하는 음악, 미술, 체육, 취미 중 한 가지를 하면서 아이는 자신을 끊임없이 지적해가며 마스터해 나가도록 한다. 지적의 대상을 남이 아닌 나에게 돌리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커다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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