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갑 한겨레아리랑연합회 상임이사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남북 국민과 해외동포의 마음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아리랑 통일론을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김연갑 한겨레아리랑연합회 상임이사

“전 세계 흩어진 한민족, 아리랑 통해 마음 하나 될 수 있어”
나운규 감독 영화 ‘아리랑’ 필름 찾기 운동 꾸준히 전개할 것
남북교류 차원… 내년에 공동으로 유네스코에 재등재 제안
예능보유자 지정되지 않아 전승 한계… 관련 보고서 쓸 예정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남북 사이에 정치적 갈등이 많지만, 아리랑으로 접근하면 서로의 벽을 뛰어넘어 못 풀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아리랑을 통해 마음의 통일을 이루고 남북통일을 이룰 수 있습니다. 아리랑은 전 세계 해외동포의 마음을 하나로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어요.”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민요 ‘아리랑’. 한민족이라면 그 누구라도 흥얼댈 수 있는 아리랑은 우리네 역사와 회한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우리 민족은 시대마다 겪었던 숱한 고난과 어려움을 아리랑을 통해 극복하고, 새로운 꿈과 희망을 품었다. 이뿐만 아니라 아리랑은 전 세계 곳곳에 흩어진 한민족의 DNA를 일깨워주는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후에는 전 세계인의 유산이 됐다.

아리랑의 이런 매력에 흠뻑 빠져 ‘아리랑 전도사’를 자처한 김연갑 한겨레아리랑연합회 상임이사(62). 그는 아리랑을 통해 남북통일뿐 아니라, 해외에 흩어진 동포를 하나로 묶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겨레아리랑연합회는 지난 1980년대 창립한 단체로 민족통합, 남북교류, 아리랑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이사는 한민족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통로로 아리랑을 꼽았다. 그러면서 아리랑의 장점을 이용해 한민족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아리랑 통일론’을 제안했다. 바로 남북통일 등의 민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런 조건 없이 서로 부둥켜안고 통사정하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며, 헤어질 때 더 사랑하고 더 그리워하겠다고 말하지 못했음을 고백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이사는 “그러나 우리는 한 번도 그런 기회를 갖지 못했다”면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 송년음악회, 남북 단일팀 경기를 통해 부분적으로 부둥켜안고 울어본 적은 있지만, 민족 전체가 부둥켜안고 울어본 적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따라서 6자 회담, 4자 회담 등의 정치적 논리를 뛰어넘어 한자리에서 통사정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면, 남북통일에 다가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맥락에서 사할린, 중앙아시아, 일본, 중국 등 전 세계에 흩어진 해외동포도 조건 없이 끌어안고 울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들의 아픔을 도외시하지 말고, 아픔에 대한 공감능력을 발휘하며 다가가야 한다는 얘기다. 위로나 위문 등의 말도 안 되는 감정으로 해외동포에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해외동포 문제는 남북한의 문제입니다. 북한 핵문제 등의 그런 말은 하지 말고 일본, 중국, 러시아, 사할린에 있는 동포를 남북이 함께 보듬자는 거예요. 그렇게 공감능력이 생기면 이제는 해외동포들이 다시 남한과 북한에게 우리가 고국으로 돌아가려면 (남북이) 하나 돼야 하는데, 남이냐 북이냐에 대한 선택을 강요하지 말고 먼저 하나 돼 달라고 할 겁니다.”

이처럼 김 이사는 흩어진 한민족을 하나로 이어주는 매개체가 아리랑이라고 했다. 사할린 동포는 ‘사할린본조 아리랑’, 중앙아시아 동포는 ‘치르치크 아리랑’, 일본 동포도 ‘청하 아리랑’ 등을 통해 남북에 하나 돼 달라고 호소해 왔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해외동포 나름대로 아리랑을 통해 우리는 언제든지 조국으로 돌아갈 준비가 돼 있고 고난을 극복하며, 한민족이라는 긍지를 갖고 살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지점에서 아리랑이 노래 그 이상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김 이사는 고백했다.

그렇다면 아리랑을 통해 이렇게 하나 될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김 이사는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 즉, 심리학적으로 ‘신생아성 반응 울음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김 이사에 따르면, 신생아가 태어나면 바로 신생아실로 옮기는데 조용히 잠을 자다가도 금방 태어난 신생아가 들어서자마자 모두 잠이 깨서 운다. 그래서 학자들이 그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각 신생아의 울음소리를 녹음해 그 울음소리를 들려준 결과 울음을 그쳤다. 이같이 아리랑은 우리 민족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기 위해 내지른 태초의 소리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전국 각지에서 아리랑을 불렀는데, 2줄 사설에 2줄 후렴으로 구성됐다. 이것을 1수라고 한다”며 “이것이 해외동포까지 합치면 3만여수다. 그리고 아리랑 이름이 70여종이다. 이는 전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아리랑만의 매력을 드러냈다. 그는 노래 형식이나 곡조 등이 그 노래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고국을 향한 망향, 고난을 극복하려는 의지 등을 담았는지가 그 정체성을 결정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아리랑의 가사를 분석한 결과 중요한 3대 정신을 발견했다. 불의나 부조리, 모순에 대한 ‘저항정신’, 모두 하나 되자는 ‘대동정신’, 어찌됐든 같이 살자는 ‘상생정신’이다.

김 이사는 현재 1926년 10월 개봉한 영화 ‘아리랑’ 필름을 찾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나운규 영화감독이 연출한 아리랑은 항일정신과 독립의지를 고취시킨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서울로 유학을 떠났지만, 실성해 고향으로 돌아온 청년 영진이 일제의 횡포 아래 곤경을 겪는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올해는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이 단성사에서 개봉한 지 90주년이 돼요. 그 아리랑 필름을 조선총독부에서 근무했던 아베가 일본으로 밀반출한 것으로 알려졌죠. 내년은 단성사 설립 110주년입니다. 내년에 영화 개봉 110주년 기념사업회를 만들어 필름 찾기 운동을 꾸준히 할 생각이에요. 더불어 ‘개봉 100주년 기념사업회’를 발족해 2026년 100주년 행사를 준비할 겁니다.”

김 이사는 북한과의 교류 차원에서 조건 없이 아리랑을 가지고 한자리에서 울어보고 얘기를 나눠보자고 했다. 나아가 남북은 현재 유네스코에 포괄적으로 아리랑이라는 이름으로 등재하고 있는데, 이제는 공동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일단 아리랑도 (남북으로) 분단된 게 현실이다. 내년에는 남북이 모여서 유네스코에 재등재하자”며 “유네스코 정신에 의하면, 인접국가 간 분쟁이 되는 것은 합의해서 하면 하나로 등재해 주는 것을 권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이사의 ‘아리랑 사랑’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점이 하나 있다. 아리랑은 국내에서 국가 주요무형문화재 129호로 지정됐다. 하지만 예능보유자가 지정되지 않아 전수에 한계가 있다고 김 이사는 안타까워했다. 더욱이 체계적인 전승법이 확립되지 않았고 젊은 사람이 배우려고 하지 않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나이 먹은 사람만 참여할 뿐, 하부구조가 없는 셈이다.

김 이사는 “사람은 80대만 돼도 전승능력이 떨어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에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달라고 보고서를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아리랑의 전승이 지속될 수 있도록 대책도 세울 계획이라는 김 이사. 그의 ‘아리랑 사랑’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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