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상초유의 AI사태로 드러난 방역 행정의 민낯
[사설] 사상초유의 AI사태로 드러난 방역 행정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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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기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가금류 살처분이 2200만 마리를 넘어섰다. 이 중 알을 낳는 산란계가 1532만 4000마리로 가장 많았고, 오리가 196만 1000마리로 집계됐다. 비슷한 시기에 AI가 발생한 일본은 102만 마리 살처분에 그쳤다. 초기 대응과 늑장대응의 결과다. AI사태가 갈수록 악화되면서 정부의 부적절한 대책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 이번 사태는 정부와 농가 양계산업 종사자들의 총체적 안일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방역 당국은 농가에 철저한 소독을 주문하고 있지만 정작 일부 현장에선 효력이 떨어지는 부적합 소독제가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부적합 소독제 때문에 AI 확진 판정을 받은 곳이 확인된 곳만 30곳이 넘는다. 이미 지난 6월 방역 당국이 부적합 소독약 27종류의 회수 조치를 내렸지만, 정작 농민들에는 전달이 안됐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자체도 태만했다. 어떤 군(郡)은 문서에만 방역본부를 운영한 것처럼 꾸며 놓고 운영하지 않았다. 또 다른 곳은 24시간 근무자를 배치해야 할 소독시설을 비우고 식당에서 밥을 먹다 적발됐다. 축산 농가와 양계산업 종사자들의 적당주의와 도덕적 해이도 한몫했다. AI 바이러스가 퍼질 위험이 큰데도 무조건 팔게 해달라고 떼를 쓰거나 달걀 운반차량이 농장까지 진입하고 작업자가 농장까지 방역도 하지 않고 드나드는 경우도 많았다. 

국민과 식품업계는 천정부지로 솟는 달걀 값에 아우성이고 농가는 농가대로 보상대책을 세우라고 아우성이다. 비수기라 달걀 수급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던 정부는 2주 만에 부랴부랴 비행기로 달걀을 수입하는 방안을 내놨다가 현실성 없는 탁상정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매몰장비의 핵심인 액비저장고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아 매몰작업도 한참 뒤에야 시작됐다. AI사태 초기에만 준비했어도 해결됐을 문제다. 관련 지역에 널려진 가금류 사체는 안일한 방역 행정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상 최악의 이번 AI사태는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부른 인재라는 사실을 정부와 당국이 얼마나 인지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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