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검팀에 역대 최고 수준의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헌정사상 초유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 그 내막도 충격적이지만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도 공모 혐의로 피의자가 된 사건이다. 그 죄상에 국민적 배신감과 공분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구속’을 외치는 광장의 촛불이 말 그대로 들불이 되었다. 이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에서 탄핵소추까지 결정된 상황이니 이제 남은 것은 헌재 심판과 그들의 범죄행위를 낱낱이 밝혀 응당한 사법적 책임을 묻는 일이다. 애초부터 큰 기대를 접었던 검찰수사가 끝났으니 이제는 당연히 특검수사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런 시점에서 박영수 특검팀이 21일 현판식을 열고 공식 수사일정에 들어갔다. 그 첫날부터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을 압수수색하는 의지까지 보였다. 공식일정에 채 들어가기 전부터 삼성그룹의 핵심 인물들에 대한 조사까지 마친 특검팀이었다. 이를 유추해 볼 때 특검팀은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의 ‘뇌물죄’ 혐의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특검팀의 승패가 어디에 달려 있는지를 정확하게 짚은 것이다.

박영수 특검팀이 압수수색영장에 적시한 범죄 혐의는 삼성의 ‘제3자 뇌물공여’와 국민연금의 ‘배임’ 등이다. 국민의 쌈짓돈으로 ‘최소한의 노후’를 준비토록 한 국민연금기금까지 동원해 막대한 손실까지 감수하면서도 삼성그룹 이재용 승계체제를 후방에서 지원했다면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헌신해야 할 정부가 국민을 배신하고 쉬쉬하면서 재벌 회장을 도왔을 뿐만 아니라 그 대가로 최순실 모녀에게 200억원이 넘는 막대한 특혜가 주어졌다면 이는 정말 천인공노할 일이다. 그 사실여부를 박영수 특검팀이 밝혀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중형을 선고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범죄혐의라 하겠다.

박영수 특검팀은 또 독일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유라씨의 송환을 위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다. 최순실에 대한 압박의 의미도 있겠지만 정유라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한 사실여부를 명확하게 규명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삼성이 구입한 값비싼 말을 타고 삼성이 보내준 돈을 쓰고 심지어 자신을 삼성 소속의 선수로 소개할 정도의 정유라라면 그의 입에서 나오는 삼성과의 관계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유신정권 시대의 ‘관치경제’와 한국경제를 병들게 하는 ‘정경유착’의 잔재들은 이번에는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릴 순 없는 일이다. 따라서 박영수 특검팀의 역할이 실로 막중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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