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새누리당 김무성, 유승민 의원 등 비박계 의원 35명이 21일 탈당을 선언했다. 결코 헤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새누리당이 결국 사실상 반쪽으로 갈라지는 순간이다. 보수세력을 대변하는 거대정당이 두 쪽으로 나뉘는 것은 우리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새누리당 분당은 없다’며 설마 했던 사람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여태껏 한 번도 없던 일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당내 친박계도 겉으론 ‘나갈 테면 나가라’고 했지만 실은 ‘나갈 용기나 있겠어?’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분당은 현실이 돼버렸다. 그것도 무려 35명이나 동참했다. 게다가 이쯤에서 탈당 러시가 끝날 것 같지도 한다. 제2, 제3의 탈당도 있을 것이다.

보수의 혁신, 그것만이 살길이다

새누리당 비박계를 중심으로 한 이번의 분당 사태는 김무성(K)과 유승민(Y)의 조합이 이끌어 낸 한 판의 승부수로 보인다. 두 사람이 함께 탈당을 결행함으로써 그 시너지 효과가 더 컸던 것도 사실이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35명이나 동참한 것도 이런 이유다. 이들은 기존의 새누리당에서는 실질적인 혁신이 어렵다고 본 것이다. 그냥 앉아서 보수의 붕괴, 보수의 몰락을 보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차기 대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정말 가기 싫었던 길, 따뜻한 보금자리를 떠나 춥고 배고픈 광야로 나선 것이다. ‘보수의 혁신’을 위한 대장정에 나선 것이다.

K-Y, 이미 익숙한 영문 이니셜이다. ‘정윤회 문건 파동’ 직후였던 지난해 초 당시 김무성 대표의 수첩에 적힌 그 글자다. 문건 파동의 배후에 K-Y가 있다는 내용의 청와대 비서관의 발언을 전해들은 김무성 대표가 수첩에 적어놓은 것이다. 그 때만 해도 K-Y는 청와대 측의 표적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K-Y가 ‘보수의 혁신’을 위해 어깨동무를 한 것이다. 이들이 청와대를 압박하는 형국이 된 셈이다. 정치는 생물이라지만 마치 한편의 드라마 같은 반전이다. 물론 아직 최종 승자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K-Y 라인의 세력화’는 여권 정치지형 변화의 신호탄이요, 차기 대선정국의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동시에 기존의 새누리당은 ‘도로 친박당’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K-Y 라인의 세력화는 당장 새해 초 귀국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결합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제3지대에서 ‘보수의 혁신’을 기치로 ‘건강한 보수세력’을 재건할 것이다. 어쩌면 그 탄력으로 제3지대 전체를 아우르는 ‘빅텐트’를 세울지도 모를 일이다. 반패권주의와 정치혁신 그리고 개헌문제는 그들을 묶는 핵심 고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제3지대에서 이미 몸을 풀고 있는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대표, 손학규 전 대표 등도 빅텐트의 한 축이 될 것이다. 우리 헌정사상 초유의 ‘중도세력 대통합’의 길이 열릴 수 있다는 뜻이다. 바로 이 곳, 제3지대에서 탄생할 차기 대선후보는 누가 될 것인가. K-Y라인의 정치세력화, 그 귀착점이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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